[특파원 코너-전석운] 퇴임장관 칭찬하는 오바마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안 던컨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발표했다. 던컨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7년 동안 교육부 수장을 맡으면서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인상적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TV카메라 앞에서 물러나는 던컨 장관의 공적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를 치켜세운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던컨 장관 재임기간 동안 가난한 젊은이 수백만명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많은 주에서 초·중등 교육의 수준이 향상됐다”며 “나의 친구이자 역대 최장수 교육장관을 지낸 던컨에게 끝까지 내각에 남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던컨 장관은 마이크를 넘겨받은 뒤 오바마 행정부에서 봉사한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었다며 울먹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진정시켰다. 지켜보던 백악관과 교육부 직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시카고 교육감 출신인 던컨 장관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호주에서 프로농구 선수생활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오바마 대통령의 농구 파트너인 그는 이른바 ‘시카고 사단’의 핵심 멤버다.

던컨은 가족이 머물고 있는 시카고로 돌아가기 위해 연말까지만 장관직을 수행하고 존 킹 차관이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새 교육부 장관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대행체제로 운영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던컨 장관의 사임에 상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던컨 장관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인 학자금 대출이 그의 재임 중 배로 늘어났다며 크게 비판받고 있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모럴해저드에 빠진 대학들에 대한 감독을 교육부가 소홀히 하면서 던컨 장관이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연한 성범죄를 퇴치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연방정부가 초·중등 교육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7년간 봉사한 던컨 장관의 열정과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공화당원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물러날 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시리아 전략에 대한 이견으로 사실상 경질됐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떠나는 장관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개각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들이 주목을 받지 물러나는 장관들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심지어 교체 대상에 오르내리는 순간 무슨 죄인 취급받듯 권위와 지도력을 상실하고 만다. 그러다보니 장관이 바뀌면 정책 변화가 심하다. 전임 장관의 경질을 문책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이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정책은 뒤집히거나 소외되기 일쑤다. 부처 공무원들은 새 장관이 오면 전임 장관의 역점 사업은 뒤로 감추고, 오래전 묵혀둔 사업안을 꺼내들어 결재를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 장관은 새로운 실적을 찾으며 전임 장관의 정책을 외면한다. 장관 교체가 정권 교체 못지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개각 때 대통령이 새 장관 후보를 지명하기 전에 국민들에게 장관 교체 이유를 설명하고 물러나는 장관의 공적을 인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떠나는 장관들에 대한 인간적 배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교체되는 장관의 공과를 가려주면 그 부처의 정책 변화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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