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진교] TPP 가입을 위한 대내외 전략 기사의 사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지난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로써 역동하는 아·태 지역에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되었다. TPP 협상 타결을 보는 국내 시각은 다양하다. TPP 창립국이 될 기회를 상실했다는 비판에서부터 TPP 협정문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후 가입해야 한다는 신중론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그러나 대체로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TPP 가입은 시기의 문제이지 가입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의 상품생산과 국제무역이 글로벌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 아이폰의 경우 기술개발은 미국 본사가 담당하지만 부품조달은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의 업체가 담당하고 있으며, 제품조립은 중국 등이 맡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네트워크에 있는 국가를 하나로 묶어 역내 무역장벽을 허물고 공통의 규범을 만들면 무역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생산효율도 높일 수 있어 역내 국가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TPP와 같은 거대 FTA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따라서 TPP와 같은 거대 FTA는 향후 국제 무역의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TPP 가입도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TPP 가입전략, 즉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TPP에 가입하는지 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약점은 우리가 TPP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access)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12개 창립국의 동의가 없으면 우리나라의 TPP 가입이 쉽지 않다. 물론 TPP 의사결정은 컨센서스(consensus) 방식이라 미국 등 주요국이 우리나라의 TPP 가입에 동의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확산시켜 준다면 가입이 용이해진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우리나라의 TPP 가입에 중요한 국가들이고 그중에서도 TPP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우리나라와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이 핵심이다.

미국과는 이미 양자 FTA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통상에 있어 무엇이 쟁점인지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일본과도 중단된 FTA 협상 재개를 위한 양자협의를 하면서 양국의 관심이 무엇인지, 상호 어떤 점을 수용하기 어려운지 서로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이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나라의 TPP 가입 협상은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끝날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그러한 타협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나라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는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과 협력구도를 냉철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요원한 얘기다. 그보다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중 FTA 조기 타결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둘째는 우리 스스로 매력적인 경제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내부 구조조정과 스스로의 규제 개혁을 통해 글로벌 표준화를 정착시키고 사업하기 편한 경제구조를 만들면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먼저 한국을 TPP 멤버로 요구하게 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TPP 가입의 시간은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항상 우리 편만은 아니다.

서진교(대외경제정책硏 무역통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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