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관중을 보는 것은 스포츠 중계의 또 다른 볼거리입니다. 특히 스포츠와 왠지 거리가 먼 것 같은 여성을 비추는 경우가 많은데요. 해설진이 이들의 얼굴이나 패션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도 곧잘 화제가 됩니다. 이 또한 재미있고요.

그런데 최근 야구팬들이 중계 카메라에 잡힌 여성팬을 SNS에 올려놓고 악성 댓글을 달며 조롱한 사건이 있었습니다(사진). 네티즌들은 경악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관중석 비추기가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과 언젠가 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이 사건은 ‘A팀 팬들의 B팀 팬 외모 비하’라는 식의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로 퍼졌습니다. A팀을 응원하는 한 여성은 중계화면에 잡힌 상대편 여성팬의 캡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러고는 “인성이 낮다. 이제 얼굴이 다 팔렸다”고 막말을 했습니다. 상대 여성팬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야유 동작을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동조 댓글 스무 개 정도가 순식간에 달렸습니다. 문제는 내용입니다. 외모 비하에서 입에 담지 못할 성적 욕설도 있었습니다. 재밌다는 뜻으로 ‘ㅋㅋㅋ’를 쓴 네티즌도 참 많았습니다.

중계화면에 잡힌 여성을 댓글로 난도질한 사건은 캡처돼 커뮤니티로 퍼졌습니다. 네티즌들은 관중석을 비추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온라인에서 이렇게 물어뜯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피해자가 악플을 단 사람들을 모두 고소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줄을 이었습니다.

찾아보니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에는 고소당할 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성팬의 얼굴이나 몸매를 놓고 악성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무척 많았습니다. 한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14일 ‘우리 팀 여성팬을 지적하는 ○○팀 팬 얼굴 수준’이라며 중계화면에 잡힌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과 동조 댓글이 올라왔고요. 미모가 출중해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한 여성 축구 팬에게 악플을 단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팬들은 별다른 죄책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커뮤니티에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모여 있으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그러나 피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요즘 스포츠계가 선수 사생활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그라운드 밖 매너까지 요구됩니다. 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관중석에서 그랬듯 경기 관람이 끝난 뒤 온라인에서도 매너를 지키기 바랍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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