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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이념전쟁, 역사전쟁

“역사의 다양한 해석 존중하지만 南이 北보다 못하다는 식의 억지는 백해무익”

[김진홍 칼럼] 이념전쟁, 역사전쟁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좌우 또는 보혁 갈등의 역사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완성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하던 일부 인사들에게 러시아 혁명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 반(反)제국주의 및 반(反)식민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해석된 탓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공산주의자로 변신했고, 독립운동 과정 및 광복 이후까지 좌우가 대립하는 현상을 낳았다. 6·25는 좌우 반목의 최정점이다. 북한 공산정권이 남침해 우익 인사들을 대거 처형한 이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피의 보복이라는 끔찍한 일들이 수없이 벌어졌다. 전쟁 뒤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북한으로 돌아가고, 남한에 근대화 바람이 불면서 외형적으로 이념 갈등은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잠재됐던 반목이 표면화됐다. 여야 수평적 정권교체와 ‘진보정권 10년’이 있었으나 이념 대립은 더 심화돼 왔다. 작금의 ‘역사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린 진단은 아닐 것이다.

역사의 다양한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소신대로 견해를 밝히는 것 또한 용인돼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북한보다 못하다는 식의 비난은 옳지 않다. 지식인이나 지성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부정적 측면이 없는 시대는 없다. 그리고 부정적 측면도 엄연한 역사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만 확대해 우리 역사가 마치 퇴보를 거듭하는 양 억지를 부려선 곤란하다. 더욱이 항일투쟁사까지 왜곡하고, ‘(김정은이) 세 살 때부터 총을 쏘고 운전을 시작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3대 세습을 미화하는 북한 정권보다 우리 정부의 정통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백해무익하다.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들이 선택하고 힘을 합쳐 발전시켜온 자랑스러운 결과물이다. 김씨 왕조인 북한은 견줄 대상도 안 된다. 공포정치로 연명하는 북한 세습정권의 실상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역사 교과서에 북한 정권을 간접적으로 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건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 활동으로 과대 포장한 보천보 전투를 비교적 자세하게 다룬 것, 김일성 생가를 ‘성지’에 비유한 것, 북한 정권이 저지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과 아웅산 테러사건을 소극적으로 다룬 것 등이 사례로 꼽히고 있다. 북한의 정치범 강제수용소나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남한 정부는 북쪽의 민주주의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교사도 있다고 한다. 북한이 최근 교육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쿠데타”라며 ‘역사전쟁’에 한 발을 들여놓은 점도 곱씹어볼 만하다. 반면 우리나라에 대해선 곤봉을 휘두르며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장면, 최루탄에 맞아 숨진 대학생, 공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농성 중인 여성 노동자 등 군사정권 시절의 암울한 역사가 부각돼 있다.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균형 잡힌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가르치는 건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놓고 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죽기살기식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본질은 역사 바로잡기여야 한다. 역사·사회학자 등 학계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한데 모여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들을 시정하면 될 텐데, ‘이념전쟁’으로 변질돼 제대로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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