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통합의 대통령, 분열의 대통령 기사의 사진
2012년 11월 6일 미국 대선은 유례없는 분열과 대립 속에 치러졌다. 득표율 50%로 48%의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할 것입니다.” 인종과 세대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긴 미국을 치유하겠다는 의지였다.

한 달여 후 12월 19일 대한민국 대선도 비슷했다. 이념·지역·세대·계층 간 분열상은 극심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51.55%를 얻어 48.02%의 문재인 후보를 따돌렸다. 당선 인사는 이랬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입니다.” 등을 돌렸던 1469만명에게도 손을 내민 것이다.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 공교롭게도 두 대통령 모두 방점을 이 두 가지에 찍었다. 자국민, 나아가 전 세계에 천명한 이 약속은 그럼 어떻게 얼마나 실천됐을까.

오바마의 재선 당시를 보면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고 국민의 거의 절반은 그의 반대편에 섰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가 꺼낸 카드는 대화와 설득이었다. 난관에 부닥치면 여야 대표를 직접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했다. 반대 의원들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태워가며 로비를 펼쳤다. 때론 자신이 속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로 매듭을 풀었고, 명쾌한 논리로 적을 동지로 바꿔놓기도 했다. 최고 업적들로 꼽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 오바마케어의 대법원 승소, 이란 핵협상 타결은 어찌 보면 오바마 특유의 통합 리더십이 빚어낸 산물이다. 지난 6월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 때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합창하는 그의 모습은 화해와 통합의 정치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50%의 대통령을 넘어 ‘하나 된(United)’ 대통령의 노래였기에 국민의 울림은 컸다.

한국의 정치 상황을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박 대통령의 당선 당시는 오바마보다 그래도 나았다. 무엇보다 여대야소 국회 상황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오바마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치권의 비판에 과도하게 분노를 표출했고 ‘무조건 따르라’는 독불장군식 메시지는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땐 치유의 리더십을, ‘국회법 개정안’ 땐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으로 나라가 두 쪽이 나고 있는데도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말만 남기고 미국 방문길에 올라버렸다. 화기를 잔뜩 머금은 불씨를 볏짚에 던져놓고 말이다. 설득과 소통으로도 될까 말까한 난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분열과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결정에 앞서 왜 국정화이고 이념적 편향성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지도자가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통합을 위해 나아간다면 어떤 국민이 호응하지 않겠는가.

반대진영과의 대면도 그렇다. 3자, 5자 회동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포용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일대일로 만나야 허심탄회한 소통이 이뤄지는 법이다. 그러려면 청와대에서 벗어난 광폭 행보가 필요하다. 리더십 스타일도 혁신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국민을 더 이상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되기에 하는 고언이다. 51%의 대통령을 넘어 100%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아야 하지 않겠나. 또 지나친 기대일까.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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