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역사 교과서와 기독교 기사의 사진
역사 교과서 개정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현행처럼 검정제를 유지하자는 측과 국정제를 도입하자는 쪽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청와대 ‘5인 회동’에서도 청와대·여당과 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역사학자, 교수, 교사, 정치권, 종교계까지 편을 갈라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아마 이 문제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르는 핫이슈로 떠오를 공산이 매우 크다. 경제 살리기, 지역·세대갈등 및 빈부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우리나라를 짓누르고 있는 경제·사회적 현안들이 자칫 ‘역사 교과서 프레임’이라는 덫에 갇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양측의 주장은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 진영은 “민중사관을 추종하는 인사들이 집필한 현행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약화시키고 반(反)외세, 반(反)자본주의, 반일(反日), 반미(反美), 민중해방, 체제타파를 위해 교묘한 논리로 포장돼 있다”고 반박한다. 반면 진보 진영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제로 전환하면 친일과 군사독재에 대한 미화를 시도할 것이고, 국론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계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정제로 발행되는 현행 역사 교과서는 이미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자나 교수들 중에도 현행 역사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정 사관에 입각해 편향적으로 기술된 부분도 많고 오류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교과서 집필 과정에 일대 변화를 주지 않으면 그런 문제가 시정될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국정제는 정부의 방침만 정해졌을 뿐 역사 교과서의 기술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도 아니다.

여기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던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란 경제정책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처럼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역사 교과서가 국정제면 어떻고, 검정제면 어떻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수준 높고 균형 잡힌 역사를 올바로 가르칠 수 있는 교과서만 만들면 된다. 다음세대가 우리나라 헌법과 그 정신을 존중하고 건전한 국가관과 역사관, 자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역사 교과서를 제작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다양성을 지향하더라도 반드시 역사적 사실(팩트)을 전제로 기술해야 한다.

필진을 한쪽 진영으로 쏠리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한쪽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순간 균형 있는 역사 교과서가 세상에 나올 리 없다. 보수·진보 진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부분은 중도 성향의 학자들에게 맡기거나 차라리 향후 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

차제에 역사 교과서의 종교 편향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개신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비롯해 근대화·민주화 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런데도 현행 역사 교과서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홀대를 받고 있다.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의 기술이 압도적으로 적은 이유는 집필자들이 종교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분열된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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