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기획 ‘애인있어요’]  막장 불륜 드라마?  명품 멜로 있어요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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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인가 막장인가. SBS 주말기획 '애인있어요'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다. 18회까지 방송이 이어지면서 '애인있어요'는 '고품격 멜로드라마'라는 평가로 기울고 있다. 불륜, 서로 존재를 모르는 일란성 쌍둥이, 재벌가의 추악한 이면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시청자들을 설득했다. 막장드라마 여부는 소재가 아니라 개연성에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막장이거나 멜로거나=‘애인있어요’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재벌 2세 지진희(최진언 역)는 10살 어린 박한별(강설리 역)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한다. 그의 아내 김현주(도해강 역)에게는 일란성 쌍둥이 여동생 독고용기(김현주 1인2역)가 있지만 서로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다. 도해강과 독고용기는 도해강이 이혼한 뒤 우연히 차를 바꿔 타게 됐다. 기업의 내부고발자로 추적을 당하던 독고용기의 차가 고의적인 사고를 당하고, 그 차를 운전한 도해강은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큰 흐름과 소재만 놓고 보면 ‘막장이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극적인 소재는 이야기를 위해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을 따라가면서 이해하게 되거나 고민하게 한다.

최진언의 불륜은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과 분노가 뒤섞이며 만들어진 결과다. 최진언은 맑고 순수했던 첫사랑 도해강이 재벌가에 입성하며 차갑고 냉정하게 변한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아내의 비정함 때문에 다섯 살 딸까지 잃자(변호사 도해강에게 처절하게 당한 남성이 아이를 차로 치었다) 그는 깊은 절망과 우울에 빠진다. 그 때 나타난 게 강설리다. 첫사랑 시절 순수했던 아내와 닮았기 때문에 끌린다.

드라마는 이런 감정을 촌스럽게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화면을 따라 가다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아내의 발소리에 서재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체하고, 강설리의 집에서 아내를 생각하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물에 뛰어든 도해강에게 일부러 험한 말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최진언의 마음이 전해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드라마냐 아니냐는 만듦새나 완성도로 가름해야 한다. 불륜과 같은 자극적인 코드를 무작정 소비하는 경우는 ‘막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인있어요’처럼 안정적인 연출과 연기,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기면 자극적인 소재를 썼더라도 막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드라마 완성시키는 지진희와 김현주의 연기력=가장 회자되는 장면은 지난 17일 방송 마지막에 등장한 ‘담벼락 씬’이다. 최진언은 담벼락에 기대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도해강에게 아무 말 없이 다가가 나란히 선다. 도해강의 이어폰을 나눠 끼고, 살며시 손을 잡는 장면이다. 기억을 잃고 독고용기로 살아가는 도해강을 자신의 아내라고 굳게 믿는 최진언의 이런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포털 사이트에서 ‘애인있어요’를 검색하면 ‘담벼락 씬’이 연관어로 나올 정도다.

주연배우 지진희와 김현주의 설득력 있는 연기도 명품 멜로드라마로 평가받게 한다. 기억을 잃고 순수했던 모습이 되살아난 도해강을 보는 지진희의 눈빛에는 복합적인 사랑의 감정이 담겨있다. 절망을 이기지 못해 아내를 버린 것에 대한 후회, 결혼 후 순수함을 지켜주지 못했던 데 대한 안타까움, 뒤늦게 깨닫게 된 아내를 향한 깊은 사랑 등을 눈빛에 담았다. 몰입도를 높이는 눈빛 연기다.

지진희의 캐릭터 분석도 그렇다. “진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강이만 사랑해요. 해강이를 너무 사랑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그 순간에도 해강에 대한 사랑이 짙게 배어나요. 상황은 고약하지만 (진언의 해강을 향한 마음만큼은) 순수합니다.”

김현주의 연기도 물이 올랐다. 착하기만 한 독고용기, 냉정하고 욕망에 휩싸였던 도해강, 기억을 잃고 최진언이 사랑했던 맑고 밝은 모습으로 되살아난 도해강까지 사실상 1인3역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 3명을 감쪽같이 보여주고 있다.

김현주도 처음에는 불륜 소재 탓에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대본과 연출로 마음을 바꿨다. 김현주는 “기본 내용만으로는 불륜 막장극 같지만 실은 인물의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멜로드라마다. 심리 묘사가 중요해서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까다롭지만, 출연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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