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자연은 인간의 탐욕을 감당 못한다 기사의 사진
2년째 계속되는 심각한 가뭄이 적어도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니 걱정이다. 정부는 급기야 지난 14일 비상 가뭄대책을 발표했다. 4대강 16개 보에 담겨 있는 7억t의 물을 가뭄 지역으로 보낼 송수관을 건설하기로 하고, 3조원을 들여 중소규모 댐 14개를 새로 짓는 계획도 포함시켰다. 이 계획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수개월 전 철회했던 것이다. 4대강의 지천과 지류 정비사업과 같은 4대강 후속사업도 부활할 조짐이다.

그러나 물 부족과 가뭄 대책은 이제 과거와 같은 공급확대 방식으로는 곧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댐과 저수지의 추가 건설은 이제 적합한 곳을 찾기도 어렵고, 산지의 환경훼손과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긴다. 댐 건설은 본질적으로 어느 한 곳의 수자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섬진강댐은 물을 이리저리 빼돌리는 곳이 차츰 늘어나 정작 섬진강 하류에는 물 부족과 바닷물 역류현상을 초래했다. 지금도 남강댐, 용담댐 등의 물을 어디로 끌어다 쓸지를 놓고 지역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늘어난 4대강 물을 관로를 통해 가뭄 지역으로 보내자는 방안도 논란거리다. 1조원이라는 사업비도 부담이지만, 가뭄은 진행형인데 완공 시기는 대부분 2017년 이후부터이니 사후약방문이다. 또한 걸핏하면 녹조로 뒤덮이는 영산강과 낙동강 중·하류 물을 음용수나 생활용수로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쓰려면 정수시설을 따로 갖춰야 한다. 물론 당장 가뭄이 가장 극심한 충남 보령 서산 당진 홍성 등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29일 착공될 금강 백제보∼보령댐 도수관로 공사는 필요해 보인다. 수질이 3등급인 백제보 물로 가뭄해소 효과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시범사업 삼아 해볼 만하다.

정부의 가뭄 대책은 물이 부족하니 물그릇을 키우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물이 모자라는 큰 이유는 물 공급의 비효율성과 높은 누수율이다. 지금 서울에서 물 부족을 전혀 못 느끼듯 물은 한 곳에서는 늘 넘치고, 다른 곳은 늘 모자란다. 또한 노후화된 상수도관 탓에 공급되는 물의 누수율이 11%에 이른다. 연간 누수량은 6억5000만t으로 지난 36년에 걸쳐 건설한 16개 중·소규모 댐에서 연간 공급하는 물의 양 7억6000만t에 육박한다. 따라서 수조원이 드는 댐 건설에 앞서 노후관을 정비하는 게 우선이다. 2009년 큰 가뭄을 겪은 영월·정선 등에서 노후관망 정비사업을 추진한 결과 물 사용량을 반으로 줄인 사례는 의미가 크다.

물 부족에 대한 보다 근본적 대책은 수요 감축이다.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인데도 2013년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이 335ℓ로 선진국보다 훨씬 더 많다. 물을 낭비하는 국민들의 습관도 문제지만, 물값을 싸게 유지해 그런 낭비를 부추기는 정부가 더 큰 문제다. 세계물산업정보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수도요금은 ㎥당 660.4원으로 생산원가 849.3원에 못 미쳤다. 일본(1277원) 미국(1549원) 독일(3355원) 덴마크(4157원)의 물값은 우리보다 1.9∼5.1배나 더 비쌌다.

요컨대 댐 건설로 물그릇을 키운다는 것은 ‘쓰고도 남을 만큼의 풍족함’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게 근본적 문제다. 물과 전기, 그리고 도로에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예외적 원칙이 통한다. 사람들의 다른 욕구와는 달리 더 편리하려고 하는 탐욕에는 끝이 없다. 그래서 물값,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하고, 도로 공급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싸면 낭비를 부추기고, 비싸면 아끼게 돼 있다. 지구는 인구가 어지간히 늘어도 모두의 필요를 다 채워줄 수 있을 만큼 풍요롭지만, 그들의 탐욕을 다 감당하려면 두 개로도 모자란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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