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정태] 검찰총장이 바뀐다 한들 기사의 사진
여권에서 현행 검인정 국사 교과서를 편향적이라고 하지만 우리 조직에서 검찰만큼 편향적인 집단도 없다. 교과서가 좌편향이라 한다면 검찰은 정치 편향, 권력 편향이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한때 잠시나마 권부에서 옥죄지 않으니까 검찰이 일정부분 독립돼 ‘자유’를 구가한 적은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일도 없이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치고, 총수가 ‘내 목을 쳐라’며 청와대와 맞섰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게 오래가지 않았다. 이명박정권 때 검찰은 도를 넘을 정도로 권력과 유착됐다. 박근혜정권 들어 달라졌어야 하는데 검찰은 잠시 중립 쪽으로 옮겼다가 금방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권력의 미움을 산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나가떨어지자 몸을 사릴 수밖에. 채동욱은 박 대통령이 임명하긴 했지만 원래 마음에 두던 인물이 아니었기에 눈 밖에 나자 여지없이 내친 것이다. 의중에 있던 사람은 정권 이양기에 처음 도입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탈락했다.

그 후 2기 추천위를 통해 들어선 게 지금의 김진태 검찰총장 체제다. 그는 2년 전 취임사에서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12월 1일로 임기를 마치는 ‘김진태 검찰’은 국민에게 보여준 게 없다. 국민한테는 지금까지 줄곧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하명수사, 표적수사만 해왔다는 기억밖에 없다.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등 청와대와 여권이 연루된 굵직한 사건이 윗선의 입맛에 맞게 결론이 도출됐다. ‘부패와의 전쟁’ 등 죽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들은 부메랑이 됐다. 뜻밖에 휘말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검찰의 한계만 드러냈고, 포스코 수사는 잇단 영장 기각을 당하며 무기력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바른 검찰, 당당한 검찰이기는커녕 권력에만 겸허해진 검찰이 됐을 뿐이다.

총장 임기제를 지킨 게 위안거리일지 모르나 이 또한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검찰의 숙원과제는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 중립성이다. 그런데 김진태 검찰은 정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소신이 부족했고 뚝심도 없었다. 정치적 중립성은 스스로 지켜야 함에도 권력자의 심기만 살폈다. 아무리 대다수 검사들이 묵묵히 제 일을 한다 해도 수뇌부와 정치검사들이 권력에 영합하면 조직은 속으로 썩게 된다.

김진태 이후 검찰도 걱정스럽다. 엊그제 3기 추천위가 차기 총장 후보자로 현직 고검장급 4명을 추천했다. 후보는 김수남 대검 차장(대구 출신), 김경수 대구고검장(경남 진주), 김희관 광주고검장(전북 익산),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대구)이다. 차기 총장은 2017년 대선 직전까지 현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 그런 만큼 통치권자는 더욱 더 코드에 맞는 인물을 고를 것이다. 당연히 TK(대구·경북) 출신이 기용될 게 뻔하다. 사회 각계에서 요구하는 정치적 중립성, 그것은 검인정 교과서에나 있는 말이다. 기준은 오직 하나, 주군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이다. 새 총장이 탄생해도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검찰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은 애초부터 접는 게 낫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검찰권을 국민에게 되돌려드리겠다.” “임기 중 정치검찰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청와대에서 검찰 권력을 꽉 움켜잡고 있는 한 정치검찰이란 말은 없어지지 않는다. 검찰 스스로도 권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검찰권 행사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국민 불신만 깊어가고 있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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