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3D프린팅’] 스르륵, 간·콩팥 ‘출력’… 의료 패러다임 바뀐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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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가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3차원 설계도를 바탕으로 프린터 종류에 따라 다양한 소재의 입체적 물체를 제작할 수 있는 이 기특한 의료기기가 이제 의료의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업을 넘어 의료기기, 재생의료, 의약품 제조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3차원 인체 모형으로 수술 부위 ‘한눈에’

3D 프린팅 기술의 최대 장점은 복잡한 형상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널리 사용하는 CT, MRI 같은 영상촬영 장비를 통해 얻은 체내 정보는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디자인소프트웨어(CAD)를 거쳐 3D 프린터가 인식할 수 있는 정보로 변환된다. 이걸 바탕으로 3D 프린터는 체내 장기와 똑같은 형태를 출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체 장기 모형’은 샴쌍둥이 분리 같은 고난도 수술에 활용된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푸단대는 생후 3개월 샴쌍둥이의 붙어있는 엉덩이와 척추뼈 아래쪽 부분분리 수술을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했다. 의료진은 CT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척추뼈 부위를 그대로 출력해 수술 계획을 세우고 몇 차례 연습한 뒤 실제 수술을 진행했다.

국내 의료현장에서 3D 프린팅 인체 모형의 활용은 흔한 풍경이 됐다. 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 송현·강준규 교수팀은 2013년 3D 프린터로 출력한 환자의 대동맥 모형을 이용해 혈관 분리수술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팀은 2013년 부비동암(코암) 제거 수술에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했다. 수술 전에 암 위치와 제거해야 할 뼈 부위 등을 잡았다. 모형에 맞춰 수술했더니 수술 시간이 줄고 수술 정확도는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20건의 신장암 수술(부분절제술)에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했다. 3D 프린터로 찍어낸 실제 신장 크기 모형을 통해 혈관과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이 병원의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3차원 인체 모형을 갖고 수술할 경우 대상 암을 훨씬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면서 “자궁경부암, 폐암 등 다양한 장기의 암 수술이나 간 이식 등에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장기’로 사람 살리는 시대 온다

단순 보형물을 몸속에 집어넣는 것뿐 아니라 3D 프린팅으로 살아있는 세포나 단백질을 출력하는 일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 프린팅(Bio-printing) 기술’ 덕분이다. 바이오 프린팅은 세포를 원하는 모양과 위치, 패턴으로 쌓아 올려 3차원 구조의 생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바이오 잉크’다. 바이오 잉크는 프린팅하려는 조직의 세포와 이 세포의 증식·분화를 도와주는 지지체(젤 상태 고분자 물질)라고 할 수 있다. 손상된 인체 부위에 심으면 그곳에 원하는 조직, 장기가 자라나는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의료기 연구회사인 ‘오르가노보’는 3D 프린팅으로 혈관과 뼈, 콩팥, 간 조직을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간은 40일 동안 살아남아 ‘인공 장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미네소타대와 메릴랜드대,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손상된 쥐의 신경 조직을 되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정범 교수는 최근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척수손상 환자를 고치는 연구를 시작했다. 다친 부위의 척수세포를 3D 프린터로 찍어내 이식하는 것이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피부 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 반응이 없는 ‘환자 맞춤형’ 척수 조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오 프린팅은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체에 적용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D를 넘어 4D 프린팅으로

지금의 3D 프린팅에 ‘시간’ 개념을 가미한 4D 프린팅 기술 연구도 발걸음을 떼고 있다. 4D 프린팅은 시간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 물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몸속에서 스스로 조립돼 암세포 하나를 집어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면서 주목받았다.

4D 프린팅 제품을 만들려면 온도나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스스로 모습이 변하는 ‘스마트 소재’(형상기억합금 등)를 개발해야 한다. 이들 소재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인체에 이식하는 것이다. 4D 프린팅 제품은 체내에서 특정 조건(열, 진동 등)에 놓이면 스스로 모습이 변한다.

예를 들어 암,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많이 받는데, 사람마다 체형이나 증상이 각기 달라 스텐트를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는 게 쉽지 않다. 때문에 여러 번 시술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한호성 교수는 “이럴 때 4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스텐트를 만들어 체내에 삽입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모양을 바꿀 수 있고 원하는 곳에 맞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4D 프린팅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치료 효과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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