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마음의 집 찾기 기사의 사진
우리에게 집이란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집은 기하학적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았던 이들과의 기억, 그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경험한 모든 감정에 대한 기억이 담긴 곳이다. 대화하는 목소리, 주방과 거실을 오가는 발걸음 소리, 집에 배어 있는 향기들까지 그 공간에 함께 살았던 삶의 기억이 허다한 행복과 불행을 직조해간다. 삶이란 고달픈 여정 속에서 돌아와 쉬고 평안을 얻고, 또다시 ‘영원한 집’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 인간이 태어나 20∼30년 동안 교육받는 가정은 인간의 ‘마음의 집’을 만드는 곳이다. 하나님은 가정에서만 마음의 집을 만드는 특허를 주셨다.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은 자녀의 마음의 집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소중한 마음은 부모에 의해 커질 수도,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마음의 집이란 ‘나는 누구이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인 ‘자아정체감’과 동일선상에 있다. 이것을 잃어버리면 인생의 나침반과 지도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또한 내가 돌아와 쉴 곳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불안과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의 마음의 집(자아정체감)은 보통 학업성적 외모 성격 친구관계 등을 통해 형성된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느끼고 그것이 자신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해 위기심리를 갖는다. 이 위기심리를 견디지 못해 나타나는 문제가 가출 약물남용 자살 비행 등이다.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있다. 청소년들이 부정적인 자아정체감을 가졌을 때는 노이로제 히스테리 등 신경증세적 반응과 비행집단에 가입해 부정적인 삶 속에서 자기정체를 확인하려 하지만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을 가진 청소년들은 신앙 예술 학문 정치 이념에 관심을 쏟는 행동 등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긍정적 자기확인을 할 수 있는 문화활동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승부와 관련 없는 협동적인 활동, 장점이나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토의그룹에 참여해 건전한 판단능력을 키우게 하고 운동을 통한 여가 활용으로 성취감을 얻게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의 마음의 집은 넓어진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자식들에게 물려줄 귀한 유산은 없다. 부부의 안정된 삶이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삶의 그림을 그리게 하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 마음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돌아봐야 한다. 내 마음의 운전사가 누구냐, 운전사가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내 인생도 달라진다. 위기심리학자 정태기 목사는 내 마음의 운전사를 자아상으로 정의한다. 나의 자아상이 손상돼 있고 찌그러져 있으면 그 못난 자아가 나의 인생을 못나게 이끌고, 나의 자아상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 행복한 자아가 나를 행복하게 이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 마음의 운전대를 맡기면 인생이 달라진다. 내 마음의 주인이 주님이 될 때, 정말 내가 그것을 인정하는 삶을 살 때는 두려움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상의 가정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돌아갈 집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집으로 돌아간다’의 영적 의미는 무엇일까.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1932∼1996)은 “하나님의 사랑스러운 자녀라는 자아상을 단단히 붙들고 고향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집에 머문다’는 것은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그분의 마음속에 거하는 것이다. 이는 삶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선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일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여정에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참을성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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