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리즈 Ⅱ] 獨 국민 20%가 이방인… ‘다문화’를 하나로 통합하다 기사의 사진
독일 베를린 시내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모아빗 지역의 ‘인테그라치온 네츠베아크(통합네트워크)’에 시리아, 터키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정착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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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통일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탈북자는 2만7518명이다. 매년 1500명 안팎의 탈북자가 남한에 온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결혼을 통한 국내 이주 외국인이 15만994명이고, 국내 상주 외국인 근로자도 98만8000명에 달한다. 국내 체류 전체 외국인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저출산으로 인한 외국인 노동력 확보 필요성과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감안하면 외국인과 탈북자의 한국사회 유입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때문에 이들 ‘이방인’을 한국사회 내 건강한 구성원으로 편입시켜 조화롭게 사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독일은 이런 측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이주민 편입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독일 외무부 초청으로 베를린 현지에서 이주민 편입 정책을 살펴봤다.

◇탄탄한 이민자 편입 체계=독일은 8050만 인구 중 20%가 이민가정 출신 배경을 가졌을 정도로 친(親)이민자 사회로 통한다. 매년 20만∼30만명의 이민자들이 독일사회로 편입되고 있다. 이민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많아져 5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35.5%가 이민자 배경을 가졌다. 수십만명이 매년 새로 정착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나 난민이 독일에 오면 등록절차를 거치게 된다. 합법적인 이민 자격이 있고, 제네바협약에 따른 난민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면 독일 정부는 세밀한 ‘통합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난민의 경우 거처도 제공된다.

독일 내무부의 마티아스 멘첼 통합담당 책임자는 “이민자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기 위한 독일어 학교가 전국적으로 1500개에 달하고 이곳에서 600시간의 언어 교육과 60시간의 독일 사회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실시한다”며 “이주민을 위한 교사들만 1만5000명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민자들을 돕기 위한 민간 차원의 조직이 활성화돼 있는 것도 독일의 특징이다. 지난달 중순 베를린 중심부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모아빗 지역의 ‘인테그라치온 네츠베아크(통합네트워크)’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는 시리아,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터키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이곳은 비정부기구(NGO)인 일종의 ‘이민자 카페’ 같은 곳으로, 새로 온 이민자들이 먼저 와서 정착에 성공한 이민자들과 만나 정보를 교환하거나 정착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이민자 교육기관인 ‘통합 센터’ 역시 정부 후원 하에 민간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민자들은 언어를 배우거나 기술을 배우게 된다. 베를린의 라이스트롬멜 통합센터의 경우 새로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주민들을 위해 ‘심리 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적응에 있어 언어 못지않게 중요한 게 직업교육이다. 독일경영자총협회(BDA)가 정부와 함께 이민자들의 직업교육을 적극 돕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BDA의 알렉산더 빌헬름 노동시장분과 부국장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 규모, 직업 분야 등을 조사해 이를 정부와 이민자 직업 알선센터에 통보해 이민자들이 보다 취직하기 좋은 교육을 받게끔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를 차별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독일에서 ‘샨 미용실(Shan GmbH)’ 및 식당 체인인 ‘샨 비스트로’를 창업한 샨 라힘칸 사장은 가장 성공한 이민자 중 한 명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을 피해 독일에 온 이란 출신 난민으로 독일 최고의 헤어드레서로 꼽힌다. 라힘칸은 “이민자들을 차별하지 않았기에 미용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독일의 많은 명사들이 우리 숍을 즐겨 찾는 것도 나한테서 ‘이민자’나 ‘난민’을 보는 게 아니라 실력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시내 오페라극장인 ‘코미셔 오퍼’ 역시 독일 사회가 이민자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이민자 관객을 위해 앞좌석 뒤편에 모니터를 설치해 독일어와 프랑스어, 영어, 터키어 등 원하는 언어를 골라서 자막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책자도 3∼4개 언어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체육 활동도 마찬가지였다. 각 프로경기 단체들이 청소년 클럽을 운영할 때 이민자 출신 학생들을 적극 포용하게끔 독려하고 있다. 프로농구팀인 ‘베를린 알바’의 다니엘 엔드레스 매니저는 “이민자 출신 학생들은 방황하기 쉬운데 스포츠 활동 참가를 통해 사회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은 이민자 자녀를 위한 교육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베를린 주정부와 의회가 추진해온 ‘캄푸스 휘틀리 선도학교’가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최고의 학교시설 및 최고의 교사를 투입해 질 좋은 교육을 시키는 프로젝트다. 이 학교의 코듀라 헤크만 교장은 “이민자 출신이 대부분인 우리 학교의 교육내용이 좋고 학업성적도 뛰어나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민자 배경이 아닌 독일인들이 우리 학교에 자녀를 서로 보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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