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30·끝) 전북 남원시 인월면 달오름마을 기사의 사진
지리산 덕두봉이 마을을 감싸고 앞쪽에는 람천이 흐르는 남원시 인월면 달오름마을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평화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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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별이다.” “야, 별 처음 보냐.” “저렇게 많은 별은 처음이야….”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던 지난달 31일 오후 7시30분쯤. 전북 남원시 인월면의 한 마을 입구 다리 위에 선 30여명의 사람들이 밤하늘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이날 아침 서울과 수도권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와 이 마을에서 하루 밤을 묵으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을 식당에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고 나온 이들은 금세 깜깜해진 산골 위로 별무리가 쏟아지자 신기한 듯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풍등(風燈)을 들고 나와 불을 붙인 뒤 하늘로 날려 보내며 또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

“뭐라고 쓰셨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40대 부부가 “‘우리 가족 아프지 말자’라고 적었다” “‘모두 건강하자’와 함께 ‘로또 2등 당첨되게 해 주세요’라고 썼다”고 말하며 피식 웃었다.

명산 지리산의 품에 안겨 있는 이 곳은 ‘달오름 마을’이다. 전국 제일의 사계절 체험·휴양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유서 깊은 마을 역사와 더불어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통프로그램이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해 수만명이 찾아와 각종 체험을 하고 하루 밤을 자고, 둘레길을 걷다가 마을 냇가에서 땀을 식힌다. 전국에서 견학을 오는 공무원들과 농촌마을 관계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마을 인근은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토벌한 역사의 현장이다. 황산에서 왜장 아지발도와 일전을 치르게 된 이성계는 그믐밤이라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자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올랐고 바로 화살을 쏘아 적장 아지발도를 쓰러뜨리고 왜군들을 모두 무찔렀다.

“이 승전을 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 면 이름을 ‘달을 끌어 올린다’는 뜻의 ‘인월(引月)’로 바꿨다고 해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지발도가 죽으며 흘린 피가 물들었다는 피바위가 남아 있지요.”

김형운(48·여) 사무장은 “2003년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머리를 맞대 마을 이름을 ‘달오름’이라 정했다”며 “면 이름인 인월(引月)을 한글로 풀어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에선 야외무대와 전통놀이체험장이 먼저 반겼다. 한과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향토식품가공체험장(농특산물판매장), 농산물가공체험장, 향토음식체험관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황태상(66) 달오름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우리 마을의 가장 큰 강점은 4계절 찾는 이가 줄을 잇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예약 현황에 올 한해 손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황 위원장은 “인터넷 홈페이지 검색자만 500만명 가까이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 마을에선 봄에는 고사리꺾기와 산나물 채취, 장류체험을 한다. 여름엔 지리산 계곡체험을 비롯해 흥부허수아비 만들기, 삼림욕, 감사 옥수수 체험, 별자리 관찰 등을 할 수 있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철이다. 흥부박타기와 더불어 송편만들기, 밤 줍기, 사과따기 등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짚풀공예를 시작으로 김장담그기, 박공예, 황토찜질 등의 프로그램이 내방객들을 맞는다.

이 가운데 달떡 만들기는 마을을 상징하는 체험이다. 또 달의 기운을 받는 기체조를 하고 다도를 즐길 수 있으며 인근 흥부골 자연휴양림에서 산림욕도 가능하다.

특히 둘레길을 걷는 순례객들의 방문이 많다. 이 마을은 지리산둘레길의 2코스 도착점이자 3코스 시작점이다.

특산품은 장류와 고사리, 고랭지 사과와 복숭아 등이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야콘으로 만드는 한과는 1년에 5500상자나 판매된다. 또 32개 농가에서 민박을 한다.

이렇게 해서 가구당 한해 1200만원 이상의 부수입을 올린다. 마을 전체 6억원이 넘는 소득이다. 하지만 상시 사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체험은 예약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 같은 성과로 향토산업마을과 팜스테이마을에 이어 지난해엔 농촌체험마을 으뜸촌으로 선정됐다.

가족들과 뱀사골을 둘러보고 왔다는 김용(45·경기도 부천시)씨는 “오래된 바가지에 담아 만들어 먹은 비빔밥이 맛있었다. 소원을 적은 풍등 날리기도 즐거웠다. 마을 느낌이 좋고, 역사적 사연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원=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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