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안철수가 부산서 출마해야 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요즘 TV 화면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나면 꽉 다문 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야당 시절 성난 표정을 떠올리게 한다. 두 눈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기가 느껴진다. 정계입문 당시의 넉넉한 웃음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벤처기업가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명실공히 탈바꿈했음을 상징하는 걸까. 한데 나는 그의 달라진 모습에서 한동안 다수 국민을 열광케 했던 ‘안철수 현상’이 사라진 데 대한 초조감을 읽는다.

실제로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 3인방 중에서 안 의원의 입지가 가장 불안하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누가 뭐래도 거대 야당의 얼굴이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당내 기반은 약하지만 야당 정객의 약점인 행정 경험을 쌓으며 국민 지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안 의원은 뭔가. 그는 문 대표의 혁신이 실패했다고 공격하며 신당 추진 세력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문 대표를 안팎으로 견제함으로써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실제 신당의 성공 여부는 안 의원 거취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는 ‘안철수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순수성을 담보로 하는 국민 이익보다 정략이 개입된 자기 이익을 더 중시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다.

안 의원이 화려하게 부활해 내후년 제1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 전략가들이 많은 조언을 하겠지만 나한테 묻는다면 새정치연합 잔류 선언, 문 대표와 혁신 경쟁, 부산 출마 등 세 가지를 권하겠다. 잔류 선언은 예측 가능한 정치를 통해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신당은 안 의원이 합류할 경우 ‘호남 야당’ 이미지를 다소 벗을 수 있겠지만 새정치연합을 깨고 나올 명분이 약해 대성(大成)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걸 인정한다면 “탈당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지금처럼 주판알 두들기며 몸값 올리기 행보를 하는 것은 구 정치에 속한다.

잔류 선언을 한 다음 자신이 제안했던 혁신 과제를 밀어붙인다면 설득력이 배가될 수 있다.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세 가지는 더없이 좋은 어젠다이다. 혁신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을 뿌리친 사람이 혁신위 활동 결과를 뒤에서 사사건건 비판하는 것은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기 십상이다. 당 회의에 참석해 당당히 싸우는 게 안 의원이 주장하는 새 정치 아닐까 싶다.

안 의원은 혁신위의 부산 출마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차기 총선과 대선은 지역구도상 어차피 부산경남(PK)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TK)과 호남은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독식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PK 지역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부산이 고향인 안 의원이 지역구를 야당 강세인 서울 노원병에서 부산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19대 총선 땐 문 대표가 부산에서 출마했지만 자기 배지 하나 보태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 성적이 대선까지 연결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낙선한 10명의 야당 후보가 40% 전후 득표로 선전했다는 사실은 이번 총선에 희망을 갖게 한다. 안 의원이 문 대표와 쌍두마차를 이뤄 부산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차기 대선에 청신호가 켜진다. 특히 안 의원의 부산 출마는 자기희생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대선후보 경선 때 분명 가점 요인이 될 것이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이라 했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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