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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수 있는 게 간밖에 없어서 괴로워요”… 탈북 여성에게 간 이식해준 탈북자 김태희씨의 기도

간경화 위기 알고나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게” 월세 내주며 치료 위해 뛰어

“줄 수 있는 게 간밖에 없어서 괴로워요”… 탈북 여성에게 간 이식해준 탈북자 김태희씨의 기도 기사의 사진
같은 탈북 여성에게 자신의 간을 제공한 김태희씨가 4일 서울아산병원 회복실에서 남편 김용택씨와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 김용택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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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그녀보다 16세가 어렸다. 남한에서 만난 동생은 20세에 두만강을 건너 탈출했다. 직장을 다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상처만 받았다. 그때부터 자신이 탈북자라는 것을 속이며 살았다. 골수염을 앓았고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간이 손상됐다. 치료는 엄두도 못 내다 각혈을 하면서 병원을 찾았다. 간경화(간경변) 진단이 나왔다. 6개월 내에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언니’에게 전할 때는 목소리가 뚝뚝 끊겼다. 언니 김태희(43·사진)씨는 동생 박진희(가명·27)씨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약속했다. “걱정하지 마. 너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게.”

김씨는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고 꺼져가던 박씨의 생명을 살려냈다. 7시간의 대수술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간 70%를 박씨에게 떼어 주었다. 김씨의 남편 김용택(50)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아내는 회복실로 옮겼고 진희씨는 무균실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둘 다 건강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박씨는 친자매는 아니지만 탈북민의 동병상련으로 생명을 나눈 가족이 됐다.

김씨는 수술 4시간을 앞둔 3일 새벽,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하나님 아버지, 아무 탈 없이 수술 잘 마치고 회복되도록 도와주세요. 간경화 걸린 저 애, 모든 걱정 털어버리고 일어서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탈북자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려 심정을 밝혔다. “두렵고 떨렸다. 무서웠다. 그러나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목숨 걸고 힘들게 찾아온 생명이 촛불처럼 스러져갔을 거였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내 간밖에 없는 게 괴롭다.”

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는 김씨는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자연대’ 대표로 활동 중이다.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김씨는 1997년 북한을 탈출해 2007년 한국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10년을 살면서 네 번의 강제 북송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 경험을 살려 탈북자를 돕는 일을 비롯해 북송반대운동 등을 펼쳐왔다. 부산역에서 매주 진행되고 있는 ‘통일광장 기도회’에도 적극 참여해 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씨가 박씨를 만난 것은 올 1월이다. 탈북 여성 한 명이 간경화로 몹시 안 좋다는 전화를 받으면서다. 부산 해운대백병원에 누워있던 박씨를 보자 김씨는 순간 굶어죽은 오빠가 떠올랐다. 고난의 행군 시절, 가족들을 위해 식량을 찾아 헤매던 오빠는 27세에 눈을 감았다. 몇 년 전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난 탈북자 얼굴도 스쳤다. 그때부터 김씨는 박씨를 매일 찾았다.

박씨의 삶은 처절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받는 40만원 중 30만원을 월세로 냈고, 하루 한 끼만을 라면으로 때우고 있었다. 보다 못한 김씨는 박씨를 자신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시켰고 집 보증금과 월세를 보탰다. 지난 4월부터는 월세 36만원 중 20만원을 내고 있다.

김씨는 박씨의 간경화를 치료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우선 뇌사자 간이식 신청을 위해 장기기증센터에 가봤다. 하지만 뇌사자 간이식은 여명이 1주일 정도인 시한부 환자에게만 가능했다. 그러는 사이 목회자 2명이 간 기증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50세가 넘은 탓에 수술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간을 검사해보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펄쩍 뛰었다. “당신 눈에는 내가 안 보이느냐”며 반대했다. 김씨는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5월 26일 부산 광안대교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만난 지 8년 만이었다. 그리고 사흘 후 1차 조직검사를 받았고, 7월 30일 간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식 절차는 쉽지 않았다. 비혈연관계의 경우 두 사람이 만난 지 2년이 넘어야 가능했다. 장기매매 우려 때문이었다.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이 보증에 나섰고 4개월 동안 윤리심사를 받았다.

김씨는 수술에 앞서 기도를 받기도 했다. 부산 자라남교회 정주은 목사가 직접 병실을 방문해 기도했고, 김씨가 출석하는 김해 대성교회, 부산성시화운동본부 등에서도 수술시간 내내 간구했다. 김씨의 간은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자라난다고 한다. 그러나 1년은 쉬면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 수술비용은 5500만원에 달한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와 지인들이 후원금을 보탰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 후원 계좌: 351-0797-4869-73(농협,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자연대)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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