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명호]  역사전쟁 시즌 2가 더 문제다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이라고 첫 언급을 한 뒤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의 ‘역사 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각각 만나본 여야 중진 의원들과의 대화 내용은 이랬다.

#1. 새누리당 친박 중진 의원(영남) -역사 전쟁이 내년 총선에 이익인가. “(조금 뜸 들이다) 선거는 무조건 자기편을 많이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쪽이 이긴다. 그게 선거 전략의 최우선 순위다.”-국정화 비판이 적지 않은데, 중도파들이 돌아설 가능성이 많지 않으냐.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보면 느끼는 게 있다. 대통령이 선거를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인 효과’를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라. 총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장악력이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그는 보수층 결집 효과가 있고, 선거 때 힘을 발휘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2.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호남)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 당장은 비판 목소리가 좀 많은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권이 얻는 게 있을 것이다. 신당이다, 친노다, 비노다 하면서 야권은 분열하는데 저쪽은 뭉치지 않느냐.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뚜렷이 성과를 낸 게 없는데도 선거나 어떤 정치적 이슈에서 진 적이 없다는 게 정치적 현실이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100석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국정화 프레임이 총선에서 여당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3.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의원(수도권). “대통령이 낡은 사고방식으로 밀어붙인다. 누가 말려도 듣지 않을 게다. 여권 성향의 중도파가 떨어져 나가는 역풍이 있을 것이다. 우리 지지층도 자극했다. 당 내분이 일단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그는 보수 결집보다 중도층의 이반 효과가 더 크다고 봤다.)

막후(幕後) 정치는 막전(幕前)과는 사뭇 다르다. 여야는 국정화 찬반을 놓고 마치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처럼 자기들만이 세우는 정의의 사도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막후에서는 바로 정치적 이익과 표를 계산한다. 그것을 탓만 할 수는 없다. 정치라는 권력 게임이 가진 본성인데 어떡하랴.

그런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역사 전쟁은 우리 정치를 악순환의 덫에 빠뜨릴 것이다. 국정화 프레임은 총선 때 편을 가르는 단순 논리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여야는 이 프레임이 유리하게 작동하게끔 각자 활용한다. 유권자들에게는 상대를 증오하고 내편에 서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친박과 친노라는 당내 세력이 다른 목소리들을 제압하고 정리하는 구도로 쓴다.

더 문제는 국정화 프레임이 총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과서 개편 내용이 나올 1년쯤 뒤면 역사 전쟁 시즌2가 시작된다. 워낙 시각과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니 토씨 하나에서부터 공방이 이어질게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금 기세로 봐 조금도 밀리지 않겠다고 할 터이니, 교과서 내용으로 붙는 역사 전쟁 시즌2는 근본적인 세계관과 인생관, 철학이 맞부딪히면서 지금의 시즌1보다 더욱 격렬할 것이다. 아마 이번은 서막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2017년 대선이다. ‘표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를 위해, 역사를 위해’ 여야 대선 주자 모두 또 독수리 5형제처럼 정의를 지키겠다고 나설 것이다. 역사 전쟁 시즌2로 들어가면 양측이 정말 퇴로가 없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더욱 짙어지고, 양 극단을 향한 원심력은 커질 테고, 정치권은 유불리를 최우선 순위에 놓을 터이고…. 우리 정치를 악순환의 덫에 밀어 넣는 국정화 프레임, 누가 해결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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