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월드뷰

[월드뷰-조성돈] 죽음의 문화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중심주의 가치관이 자살 만연화 원인… 자살예방은 생명문화 추구하는 영적 싸움

[월드뷰-조성돈]  죽음의 문화에서 벗어나려면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1만3836명. 작년 자살로 죽은 사람의 수이다.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로 죽었다. 자살은 대한민국 사망 원인 4위이다. 대한민국이 비정상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그리고 자살로 사람들은 많이 죽었다. 그 이후로 폐렴과 당뇨병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후에 호흡기질환, 간질환, 교통사고, 고혈압 등으로 죽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사회가 자살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폐렴이나 당뇨병, 간질환 등은 계속적으로 약이 개발되고,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예방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심지어 TV를 보더라도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또는 이러한 병에서 낫기 위해서 어떠한 음식을 먹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수시로 나온다. 그런데 이런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이 죽게 되는 자살에 대해서는 예방이나 치유의 안내가 별로 없다. 정부나 사회의 직무유기이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사람들은 반짝 관심을 보인다. 또는 어린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경우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그런데 관심은 대부분 순간적이다. 그냥 우리의 감정을 쓸고 가는 동정일 뿐이다. 각성하고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작년에 청소년 의식조사를 한 언론사와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중·고교생들에게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약 30%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단지 지난 1년 동안 말이다. 그러면 중·고교 6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거의 모두가 죽음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교회학교 아이들도 지난 1년 동안 자살의 유혹에 빠졌던 아이들이 27%나 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청소년의 때에 이렇게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미 죽음의 장벽을 한 번 넘은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고난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죽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은 가치관의 문제이다.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 동안 부동의 자살률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에 있는 일본이나 헝가리의 경우 자살률이 10만명 당 20명 정도이고, 우리는 30명 수준이기 때문에 그 격차도 아주 크다. 원래 한국은 자살이 많지 않은 나라였다. 적어도 1998년까지는 그렇게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아니었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른바 ‘IMF 사태’ 이후 자살률은 치솟기 시작했다. 그것이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올라 30명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은 분명 계기가 있었던 것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가치관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경제중심주의다. 돈이 우리 삶을 좌우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생애 최고의 목표가 되었다. 심지어 가정도 그 밑바닥에 돈이 자리하고 있고, 대학도 어느덧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교회마저 돈이 우리의 우상이 되고 말았으니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가치관에서 우리는 돈이 없으면, 이 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없으면 자동적으로 폐기되고 만다. 인간이 아니라 기계와 같이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회가 되고 만 것이다.

자살률을 낮추는 것은 이러한 가치관을 내려놓고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문화의 문제이다.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이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무너뜨리고 생명의 가치관, 즉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자살을 예방하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것은 영적 싸움이다. 죽음의 영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생명의 주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이 생명을 가지고 있는 교회가 나서서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자살예방운동이다.

교회가 모두 이 생명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우리 교인들이, 그리고 특히 소그룹의 리더들이 자살예방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주변에 마음을 가지고 살펴보면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들이 보이는데,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배운다면 우리 교인들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생명으로 나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명의 문화가 이 땅에 확산되어 간다면 대한민국의 자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목회사회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