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이제 중국 때문에 죽을 수도 기사의 사진
최근 취재차 랴오닝성 다롄을 다녀왔다. 다롄은 중국 동북지방 물류 중심지이자 조선 등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직업상 어딜 가나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이것저것 묻게 된다. 요즘 다롄에서는 먹고살 만하냐, 중국 사람들 주식투자 많이 한다는데 당신도 하느냐 등등…. 기사는 역시나 주식은 하고 있고 올 초부터 시작했다가 크게 잃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만회했다고 했다. 경기는? 중국인들이 늘 그렇듯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대답한다.

중국인들한테 힘들다는 소리는 정말 듣기 힘들다. 중국이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 중국 이외의 언론들은 떠들지만 막상 중국 속에서 살다보면 그걸 느끼기가 쉽지 않다. 공항을 가면 어디든 사람이 하도 많아서 국내선이라도 안전검사를 통과하는 데 30∼40분은 족히 걸린다. 비행기는 항상 꽉꽉 찬다. 동네 한 택배 중간 물류창고를 지나가다 보면 항상 바삐 돌아가고 음식 배달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배달 전동오토바이들은 수시로 아파트 단지를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다롄의 공단 분위기는 달랐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은 말이다. 한창 때는 1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었지만 현재는 2∼3개 업체만 남아 있다. 마침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선박배관 전문 D사 다롄 법인장과 한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처음 중국에 진출했던 이유는 뭐였나. “솔직히 오리엔탈정공이나 삼진조선 등 중견 조선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부품 소재 업체들이 동반해서 중국에 따라온 것이 사실이다. 그 기업들이 망해나가니까 우리 같은 업체도 어쩔 수 없다.”

그것뿐이었나. “중국 조선 업체들이 우리 부품을 아웃소싱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끼리만 일을 주고받는다. 중국 업체들의 진입장벽은 솔직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

한번은 D사가 중국 해운사로부터 모듈 유니트(배관을 선박 단위로 통째로 제조한 것) 4척 물량을 수주했다. 2척만 납품하고 나머지는 D사의 기술을 카피한 중국 업체에 넘겼다고 한다.

D사는 1억 위안(약 179억원)가량의 미수 채권이 있다. 공장을 예정대로 매각하면 2004년 다롄에 법인 설립 후 그동안 투자했던 돈 정도는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10년 정도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했어도 한푼 번 돈은 없다는 얘기다.

남은 것은 무엇일까. “여기 직원들 먹고산 거랑 경험 아니겠나.” 중국 오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오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 그래도 오고 싶다면 좋은 아이템을 갖고 중국 자금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자산 기술 잘못하다간 중국으로 다 넘어간다. 합작이 대안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모 그룹 임원이 한 말이 생각났다. ‘예전엔 중국 때문에 먹고살았는데 이제는 중국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다. 그동안 중국에서나 또는 중국을 통해 큰돈을 벌어오면서 중국에 너무 의존하게 됐다. 이제 그런 중국이 휘청하면 큰일날 수 있겠다는 의미였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몰빵’을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위험 분산을 하지 않는다면 ‘쪽박’을 찰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경제도 그동안 너무 중국에만 의지하지 않았었나 하는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10억 이상의 소비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호락호락 자신들의 시장을 내주지는 않는다. 조금만 더 멀리 보면 베트남도 있고 인도도 있고 러시아도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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