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고령화 시대 대학의 역할 기사의 사진
그리스 신화에 타이토노스라는 인물이 있다. 새벽의 여신 이오스가 힘세고 인물도 출중한 그를 보고 한눈에 반하여, 여신과 인간이라는 신분의 차이를 초월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오스가 연인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할 때 타이토노스는 신들처럼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고 이오스는 그에게 영생이라는 선물을 줬다. 그러나 아뿔싸, 타이토노스는 머지않아 그 선물이 축복이 아닌 저주였음을 깨달았다. 이오스는 영원히 젊은 여신으로 남아 있는 반면에 그는 점점 늙어갔으므로 그들의 사랑은 일시적이었고, 타이토노스는 미라처럼 변하여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촉촉한 새벽이슬을 머금고 길을 떠나는 이오스 여신에게 차라리 자기를 죽게 해 달라고 애원하지만 한번 내린 선물을 거둘 힘이 없는 여신은 그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낼 뿐이었다.

타이토노스의 신화는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딜레마를 생각나게 한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의학의 발전 등으로 우리의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어 왔고 그에 따라 은퇴 이후에도 또 다른 30년의 인생 제3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함께 우리가 대처해야 할 가장 큰 과제의 하나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데 있어 나는 대학사회가 좀 더 유의미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등장에 따라 학생 수가 크게 늘었고,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악착같이 자녀들을 대학에 보냈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헌신과 높은 교육열 등을 바탕으로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대학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실천적 처방을 제시하며 동시에 학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핵심 역할로 수행하여 왔다. 이제 고령화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일꾼들인 젊은세대를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점하게 된 성인 및 노년층을 위한 평생교육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과 수준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풍부한 경륜과 활동 능력을 필요한 분야로 연결하고 싶은 은퇴자들을 위한 컨설팅과 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도 필요할 것이며,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향기 있게 가꾸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적인 강좌를 더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대학들은 평생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대학이 수행해야 하는 사회적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은퇴자들과 노년층으로 하여금 가능한 범위에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과감하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적 자원을 투자하며, 정부는 제반 제도적 장치와 함께 필요한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인생 제3막이 보다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복지이고, 또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일 것이다.

□원 총장이 새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책학박사이며 조세연구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난 3월 서울시립대 총장에 취임했습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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