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국정과 검인정 병용이 옳다 기사의 사진
교육부 장관은 한시적인 교과서라고 한다. 대표집필자로 선정된 학자는 “군이 내용까지도 관계를 하면 그것은 책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을 투명 공개하겠다는 애초 입장을 뒤집어 비공개를 결정한다. 국정 교과서 집필진을 공모해 놓고 선정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보편적인 진리의 대변자라면 집필자를 공개하지 못하는 데 대해 수치스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비공개는 올바른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의 포기라고 할 만하다. 대표집필자는 그런 국편의 방침을 비판한다. 그러다 기자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다. 국면이 꽤나 이상하다.

국정 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정화 논리가 시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논리가 달리니 중구난방이 계속되게 마련이다. 애당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찬성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정부 초기에 국무총리도, 교육부 장관도, 여당 대표도, 국회의장도 교과서 국정화에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보인 사람은 없다. 국정화에 찬성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역사 교과서의 오류나 편향성은 언제든 고쳐야 하지만 국정화 시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모든 언론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조차 국정 교과서의 단점으로 ‘정부의 역사 해석권 독점 비판’ ‘교과서 개발단계의 정치 쟁점화 우려’ ‘학습자의 교과서 선택권 제한’ 등을 들었다. 이런 흐름은 불과 두 달 전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교과서 문제가 이념 대결로 변질되고, 논리가 변하고, 사회가 두 쪽으로 갈려버렸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양심과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유신시대의 지식인들이 다시 등장하는 듯하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뉴라이트’ 역사관을 수용한 교학사 교과서 논란 당시 집단의 힘으로 채택률을 0%로 만들어버린 진보진영에 있다. 역사에 대한 논쟁은 집단의 힘이나 인기투표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토론에 참여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그런 사람들이 집단의 힘으로 교과서 채택을 막는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는 골목패들의 행태다.

사물에 대한 이해는 관점에 따라 다르고, 관점은 개인의 성분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역사의 결론은 하나로 확정하기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또한 국정화 이유도 될 수 없다.

2013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9회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문화융성을 국정 3대 목표의 하나로 정한 박 대통령은 이 연례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출판인들은 임기 첫해인 박 대통령이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원로출판인이 들려준 말이다. “도서전에서 박 대통령은 책 5권을 샀다. 모두 다 한 출판사의 책으로 말이다. 그 출판사는 출판계에서 그다지 영향력이 있는 출판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도서전을 방문했던 대통령들 중에서 그런 식으로 한 출판사에 몰빵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나는 대통령이 매우 편벽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국정을 그렇게 운영한다면 잡음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국정 교과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정부는 국정과 검인정을 모두 시장에 내놓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자신이 있다면 유엔에서까지 우려할 정도로 사관을 독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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