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안보법제 위헌소송 준비하는 고바야시 명예교수 “내년 참의원 선거 아베의 일본 바꿔놓을 것” 기사의 사진
고바야시 세쓰 게이오대학 명예교수가 2일 도쿄의 사무실에서 "안보법제 위헌소송을 정치적인 캠페인의 수단으로도 활용할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염원하면서 안보법제가 위헌임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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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정권이 추진해온 안보법제(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가 지난 9월 19일 참의원을 통과하면서 전후 70년 동안 지켜졌던 일본의 '전수방위(專守防衛)'의 틀이 깨지게 됐다. 안보법제에 집단적자위권 행사, 자위대 해외파병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 여름 내내 안보법제 반대로 뜨거웠다. 반대운동은 법안 타결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일본시민단체연합은 내년 5월 3일(일본국헌법 공포일)까지 2000만 명을 목표로 반대서명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대부분의 헌법학자들도 안보법제의 위헌성을 지적한다. 특히 고바야시 세쓰(小林節·66) 게이오대학 명예교수가 선두에 서서 반대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과거 그는 평화헌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던 터라 소신을 바꾼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의 헌법개정론을 포함해 안보법제의 위헌성, 향후 일본사회의 바람직한 대응방향 등에 대해 그의 주장을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오후 도쿄의 고바야시 교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일본프레스센터 빌딩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감색 정장의 신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첫눈에도 열정적인 아우라가 느껴진다. 말과 표현에도 거침이 없다.

안보법제는 전쟁법제다

- 안보법제 뭐가 문제인가.

“자위대는 치안유지를 위한 조직이다.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일본국헌법(평화헌법) 9조에 따르면 군대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번 법안으로 군대로서 해외파병까지 하게 된다. 전후 70년 동안 단 한번도 전쟁에 나서지 않은 까닭도 바로 그 9조 덕분이었다. 따라서 안보법제는 9조 위반이다. 아베정권이 이를 ‘평화안전법제’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전쟁법제’다.”

-자위대의 존립과 관련해 그간 일본 정부는 해석상으로 개헌을 해왔고 비판론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해석개헌인 셈인데 왜 지금 와서 위헌론이 크게 부각되는 것인가.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하려면 9조부터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베정부는 그 길을 일부러 피해갔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평화안전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의 반발이 거세진 이유다. 사실 9조는 개정만 되지 않았을 뿐 심각하게 훼손돼왔고 이번 전쟁법제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짓밟히는 상황을 맞았다.”

-고바야시 교수는 과거 줄곧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해온 것으로 아는데.

“그랬다. 그것은 냉전체제와 관계가 있다. 구 소련의 존재목적은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공산화하는 것이라서 무력침략을 꿈꾸고 있는 소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찰력으로서의 자위대가 아닌 보통의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거 평화헌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했었는데 지금은 냉전도 끝난 만큼 9조를 적극 옹호한다.”

-평화헌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도 필요에 따라 개정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새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헌법의 보완은 늘 요청된다. 다만 개정을 하더라도 국민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아베정권의 행보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이다. 북한의 김씨 체제의 통치와 다를 바 없다. 9조를 뒤흔들려는 세력이 있는 한 개정은 막아야 한다.”

-평화헌법은 미국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며 개헌은 불가피하다는 보수우익들의 주장도 있는데.

“미국에 의해 강요됐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당시 패전국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했다. 더구나 천황을 신으로 떠받드는 메이지헌법(일본제국헌법)을 폐하고 국민이 주인임을 천명하는 평화헌법을 새로 갖지 않았나. 설혹 강요됐다 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좋은 헌법을 얻었는데 그걸 문제 삼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헌법개정 ‘뒷구멍 입학’부터 막아야

고바야시 교수의 개헌론과 보수우익들의 개헌론은 분명하게 구분된다. 평화헌법은 70년 전에 만들어진 만큼 국민의 알권리,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리구분 등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고바야시 교수는 지금도 개헌의 필요성은 있다고 말한다. 다만 ‘개헌=헌법9조 개헌’으로 비춰지는 것을 극구 경계했다.

-9조를 지키자는 ‘9조회’와 함께 ‘96조회’도 있다고 들었다. 이 둘의 차이는.

“9조회는 전국적인 시민운동조직인데 반해 96조회는 헌법학자 중심의 전문가 모임이다. 96조는 헌법개정 절차 조항을 담고 있다. 아베정권은 9조 개헌을 목표로 삼아 우선 개헌절차를 수월하게 하려고 했었다. 이에 오쿠다이라 야스히로, 히구치 요이치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중심이 돼 2013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96조 개헌반대를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고바야시 교수도 참석해 96조 개헌에 대해 ‘뒷구멍 입학’과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표현은 아사히신문을 통해 보도돼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위헌문제와 관련해 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입헌주의’란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권력자(정치가와 공무원 등)는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법률은 사회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헌법은 권력자를 제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것이 입헌주의이고 보면 지금 아베정권의 행보는 입헌주의에 크게 어긋난다. 국민들은 헌법의 의의, 입헌주의의 의미를 적극 이해해야 한다.”

위헌소송, 구체적 피해 입증이 과제

안보법제, 즉 전쟁법제는 내년 4월부터 정식으로 작동한다.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그리고 이후의 대응방향 등으로 화제는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위헌소송은 어떻게 되나.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없으면 소송을 제기하기가 어렵다. 안보법제로 인한 피해, 예컨대 해외파병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평화적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례에 입각해 소송을 벌일 수 있다.”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아예 문전박대를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일본에는 한국처럼 헌법재판소가 없어서 최고재판소가 판결을 맡는다. 소송이 문전박대 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1000명의 유수한 변호인단과 100명 정도의 유명인 원고 그룹을 결성하려고 준비 중이다. 일을 벌이는 이상은 꼭 이겨야 하기에 준비 없이 가볍게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헌소송보다 내년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는 시민활동가들도 많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대단히 중요하다. 요즘 나는 안보법제에 반대해온 야당과 의견조율을 하면서 야당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쩌면 위헌소송을 벌이는 것 이상으로 참의원선거에서 아베·자민당을 꺾는 게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야당들의 연대 절실하다

안보법제 반대투쟁이 정치권의 선거연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비례대표제’이기 때문에 지역선거에서는 한 표만 더 얻으면 당선이다. 따라서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 괴리가 매우 심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득표율은 48.1%에 불과했지만 의석점유율은 무려 75.3%나 됐다. 소선구제에서 야당후보들의 난립이 자민당의 압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야당의 연대가 시급한 배경이다.

-이념과 정책이 다른 야당들의 연대가 가능하겠는지.

“군소야당의 대부분은 색깔이 크게 다르지 않고 다만 일본공산당과는 비교적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자위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일본공산당과 후보연대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정강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독재성향의 아베정권이 막무가내 식으로 밀고가려는 상황에서는, 즉 더 큰 적을 막자면 연대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도 일본공산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민주당 지지자 중 우파가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미 2012년 민주당이 정권을 빼앗겼을 때 당내 우파들은 사실상 떨어져 나갔을 것이라도 본다. 그리고 일본공산당의 경우도 대화를 해보니 내부 강령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입헌주의 지키는 일본을 기대

-야당 간 후보연대 가능성이 높다면 참의원 선거 결과는 기대해도 되겠나.

“일본은 내년 7월 바뀔 것이다. 지금 야당으로서는 서로서로가 필요한 존재다.”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들이 이긴다고 해도 아베정권의 마이웨이는 계속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참의원에서 현재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과반을 점하고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 과반 이하로 추락하면 아무리 중의원에서 연립여당이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정부가 내놓은 법률은 건건히 참의원에서 걸려 주저앉게 될 것이다. 여기에 참의원에서 내각 대신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물고 늘어지게 되면 정부의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테고 결과적으로 아베총리는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일본 정치의 관행이었다.”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인데.

“지금으로선 일본이 다시 살아날 길은 이 길밖에 없다. 아베의 자민당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 총재의 권한이 너무 세고. 과거의 전쟁까지도 부인하려 드는 태도는 독재자의 모습이나 다를 바 없다. 미국에서도 아베총리를 평가하는 듯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아베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많다.”

고바야시 교수의 낙관 섞인 전망에 속이 다 후련해지는 듯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미래와 일본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그는 일본이 역사수정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평화헌법을 지키고 한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에게 자발적으로 과거사 청산을 꾀한다면 불행했던 20세기의 문제들은 즉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입헌주의에 입각해 제대로 하면 인접국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의 전망대로 진행될 것인지 적잖이 기대된다. 그럼에도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고바야시 세쓰 교수는

헌법학자이자 변호사다. 게이오대학 법학부, 하버드대학 로스쿨 등에서 헌법학을 전공했다. 1989년부터 게이오대학 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14년 퇴직, 현재는 명예교수다. 변호사로서는 시바법무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 외에도 마쓰시타정경숙 평의원, 인터넷관련사업건전화협회 이사장 등 사회활동에도 정열적이다.

선천적으로 왼손 손가락이 없어 지금도 늘 왼손엔 흰 장갑을 낀다. 장애 탓에 어렸을 때는 이지메도 적잖이 당해 고교시절에는 등교거부 경력도 있었으나 이후 공부에 몰입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소신이 뚜렷해 평화헌법 개정론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평화헌법지킴이로서 더 유명하다.

그의 헌법관은 국민의 의견을 모아 충분히 논의한다면 절차대로 얼마든지 개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베정권이 추진하는 내용의 개헌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의 안보법제 반대집회의 단골강사로 활약 중이다. 보수우익들의 해코지가 우려되지는 않느냐고 묻자, “어렸을 때 이지메를 충분히 당해봐서 어떤 일에도 견딜 자신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도쿄=글·사진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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