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개화정책의 시작,  집옥재  장서 기사의 사진
고종의 서재 집옥재(중앙) 일원. 경복궁관리소 제공
경복궁 건청궁과 신무문 사이에 이채로운 건물이 있다. 한옥 협길당과 화려한 단청의 집옥재, 그리고 이층 팔각정 형태의 팔우정이다. 세 건물은 복도로 연결된 모습이 여느 궁궐 전각과 다르다. 팔우정과 연결 복도에는 유리창문도 있다. 집옥재는 높은 대석과 중국풍 외관 때문에 어딘가 낯이 설다. 고종은 여기에 4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서재로 썼다. 규장각이 경복궁의 집옥재로 들어간 셈이다.

고종의 장서 목록에도 이채로운 책들이 나온다. 양무운동이 한창이던 청국에서 번역한 서양책들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표기된 ‘천하지도’와 함께 변화하는 상하이를 그려낸 그림책이 있고, 서양 소식을 전하던 ‘만국공보’가 있다. 하얀 연기를 뿜으며 달려가는 기차 그림이 실린 잡지도 있다. 서양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장서가 고종이 추진한 개화정책의 출발점이었다.

서울대 규장각 전시실의 ‘규장각, 세계의 지식을 품다’ 특별전에서 집옥재의 장서가 전시되고 있다. 정조가 베이징의 전통거리 유리창(瑠璃廠)에서 사들인 ‘고금도서집성’과 함께 바둑 기보도 나온다. 근대 서양 지식은 고종의 장서에서 시작해 널리 확산되는 과정을 거쳤다. 내년 1월 16일까지 열리는 규장각 특별전은 그런 실상을 보여준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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