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진홍칼럼

[김진홍 칼럼] ‘유능한 경제정당’의 길

“민생경제에 관해선 정부·여당 공격하는데 치중하지 말고 통 크게 대처해야”

[김진홍 칼럼] ‘유능한 경제정당’의 길 기사의 사진
일반인들 기억에선 벌써 사라졌을지 모르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6월 말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를 출범시킨 사실 말이다. 문재인 대표가 2·8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직에 오른 직후 당의 지향점으로 ‘든든한 안보정당’과 함께 ‘유능한 경제정당’을 제시한 데 따라 만들어진 기구다. 문 대표는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에 대해 “당의 집권 엔진”이라고 했다. 경제에 관한 한 역동적으로 대응해 여당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내년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이어서 눈길을 끌 법한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정책을 집행할 권한이 없는 야당 이야기라는 점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야당의 행태 아닐까 싶다. 가계부채 1100조원, 비정규직 600만명, 청년실업률 증가 등 경제 상황은 나쁘다.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를 비롯해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야당 주장대로 ‘성장 파탄’ ‘민생 파탄’ ‘재정 파탄’이 우려된다. “더 이상 경제를 무능한 박근혜정부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주장도 수긍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여권을 압도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여전히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데 치중하는 점이 문제다. 지난 7월 하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당시만 해도 야당은 차분하게 저성장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비전을 내놨어야 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때보다 부채가 더 증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고리타분한 질타만 반복했다. ‘유능한 경제정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요즘도 비슷하다. 노동개혁 및 경제 활성화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올 정기국회 주요 현안을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경제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악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여당의 정치력 부재가 눈에 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4년 가까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3년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선진화법 영향이겠지만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옳다.

야당은 ‘또 다른 발목잡기’로 비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내건 명분은 ‘민생’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야당은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은 노동악법”이라고 반박하고, 경제 활성화 법안들에 대해선 ‘의료 민영화’가 우려된다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중 FTA는 한·베트남 FTA와 연계 처리하겠다며 마냥 미루고 있다. 대토론의 장(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은 거의 안 보인다. 그래서 “법안 처리로 경제에 활기가 돌면 정부·여당에 도움을 주는 꼴이기 때문에 미적대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을 ‘끼워팔기’ 위해 발목을 잡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여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많은데 선거 때마다 야당이 패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경제 문제만큼은 국익을 최우선시하면서 여당보다 통 크게, 화끈하게 임해야 한다. 도심에서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눈치나 살피면서 국회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하는 한 ‘유능한 경제정당’ 나아가 ‘수권 정당’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야당 역시 이를 잘 알 텐데 왜 뒷걸음질만 치는지 안타깝다. 만추(晩秋)도 지나가고 있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