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창준] 국정교과서 논란 국민투표로 끝내자 기사의 사진
선진국들은 국가에 해가 될 정도로 국론 분열이 심한 사안에 대해 종종 국민투표로 이를 해결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프로포지션(Proposition) 13’을 시작으로 이제는 선거 때마다 주민들이 직접 발의한 법안들에 대한 찬반을 묻는다. 민주정치에선 원칙적으로 국민이 뽑은 대의원, 즉 국회에서만 법을 제정할 수 있지만 정치권이 입법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국민이 직접 법안을 만들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72조에서 국민투표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국민투표는 대통령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실시 여부는 대통령의 재량이다. 최근의 국정 교과서 논란은 민심을 분열시키고 국가 안위까지 위협하는 사태라고 본다. 때문에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 때 국정 교과서 국민투표를 포함시킨다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투표 결과는 투표하지 않은 이들도 승복해야 한다.

중국에는 국민투표 제도가 없다. 중국은 공산당 하나뿐이다. 공산당이 추대한 주석이 결정한 정책은 일사천리로 집행된다. 그 결과 오늘의 경제성장 기적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더욱 심하다. 반대파를 아예 숙청해 버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다. 반대 의견을 존중하면서 중국 같으면 1년 안에 완성될 인천국제공항이 9년이 걸려서야 완성됐다. 횡단보도가 없어 사고가 잦은 남대문 횡단보도 공사도 상인들의 반대로 몇 년째 지연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택했다.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민주주의가 발달한 모범국가로 인정받는 나라가 된 것이다.

6·25전쟁으로 나라가 초토화되고 여기저기 흩어진 산더미 같은 시체 속에서도 살아남은 우리들이다. 이후에도 우리는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북한의 협박 속에서 천안함과 연평도에서 가족을 잃는 아픔을 참고 견뎌냈다. 유관순 열사는 친일파들이 조작한 역사이고, 6·25는 북침이라고 역사 교과서에 적혀 있다면 이는 마땅히 수정돼야 한다. 하지만 몇 군데 오류가 있다고 해서 모든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건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반민주적이란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갖도록 할 책임이 있다는 정부여당의 논리 또한 틀리지 않다. 정부의 독재를 막자는 것과 올바른 역사관을 갖자는 주장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로를 막말로 공격하며 결국 감정싸움으로 변질되어 국민을 선동하며 네 편 내 편으로 갈라놓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편찬위원회 명단을 모두 밝히자는 요구에도 무리가 있다. 명단을 밝히면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있지만 편찬위원들의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도 있다. 어차피 적절한 시기에 명단이 발표될 텐데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정부를 한번 믿어봐야지 사사건건 정부를 불신한다면 이들을 선출한 국민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 교과서 논란은 감정싸움이고 논리 다툼인 만큼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도 이런 싸움은 종종 있다. 지금도 총기 보유 허용 문제로 떠들썩하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민주정치를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이런 진통은 앞으로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헌법 제72조에 명시된 국민투표를 한번 해볼 만하다. 국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발전된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우리의 국제적 위신도 올라갈 테고 경제에도 도움될 것이라 믿는다.

김창준 前 미국 연방 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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