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장식] 수치 여사가 압승은 했지만 기사의 사진
지난 8일 미얀마 연방국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가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1990년 이후 최초로 실시되는 자유선거여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서구 국가들의 선거 참관을 허용해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15일 현재 미얀마 선관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약 99% 개표 완료돼 연방국회 상원(총 정원 224명 중 168명 선출) 1명을 제외한 167명 당선 확정, 하원(440명 중 330명 선출이나 내전으로 7개 선거구 취소로 323명 선출) 2명을 제외한 321명의 당선 확정으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상원 135명(58.48%)과 하원 255명(56.14%)의 당선자를 배출해 정권 수임할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 선거 전부터 국민들의 군부 지배에 대한 혐오증이 공공연히 표출돼 NLD의 압승은 예고됐었다. 선거 막바지에 현지를 방문했을 때도 그런 기류는 충분히 감지됐다. NLD의 붉은 색상이 선거판을 뒤덮고 있었고, 현 여당인 연방결속발전당(USDP)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이제 관심은 향후 미얀마의 정치구도 전개에 있을 것이다. 현행 헌법 규정대로라면 상원, 하원, 군부지명의원단(총 의석의 25%)에서 각 1명씩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고 연방국회 합동회의에서 최종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어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NLD의 정권 창출은 이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권 확보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압승에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우선 정부 수반이 될 NLD의 대통령은 아웅산 수치 여사가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는 가운데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수치 여사가 언론에 공언했던 ‘대통령 위의 대통령’은 정부 운영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NLD의 내부 갈등을 조장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문제는 수치 여사 스스로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회기 개시(내년 1월) 이전에 군부와 협상을 벌여 해결해야 한다. 그의 공식적인 정치 리더십의 첫 시험무대로 봐도 좋다.

미얀마에서 ‘정치적 실체’인 군부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다. 영국 식민지시대 이후 미얀마 근대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다종족 국가 미얀마의 분열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군부는 생존해 왔다. 군부 스스로 연방 유지를 위한 ‘독립적인 기구’로 변신한 이상 피해갈 수 없는 타협의 대상인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군부와 대화한다면 서구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결론이 나겠지만 NLD의 집권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다음으로 NLD의 정부 운영 무경험에서 오는 행정력의 부실 문제다. 그동안 군부에 대항해 왔던 투쟁 일변도의 야당 입장에서 보면 행정력을 겸비한 정치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물론 이번 선거에서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양곤대 총장이나 상공회의소 사무총장 등 교육, 경제, 문화 분야의 유명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군부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독단적 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면 미얀마의 정국은 그야말로 암울할 전망이다.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었던 떼인세잉 정부조차 각종 제도적 장치나 실행에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결국 군부 개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NLD가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하는 것은 선거 압승에 대한 자축을 빨리 마무리하고 미얀마의 현실적 정치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군부와의 대화와 타협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치 여사의 군부 총사령관과의 회담 제의는 발 빠른 행보로 여길 수 있고, 국제사회는 약간은 관망 자세로 지켜봐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박장식 부산외대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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