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숭실대학교 한헌수 총장] “통일교육은 숙명… 한국교회 네트워크 중심될 것” 기사의 사진
‘로봇박사’인 한헌수 총장은 요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통일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한 대학생들이 규범화되고 국제화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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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한헌수(57) 총장은 전자공학을 공부한 '로봇박사'다. 공과대학 교수가 대학 경영을 맡는 경우가 드문 데다 전공과 거리가 먼 통일교육 전도사여서 대학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3년 2월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통일시대 통일대학'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숭실대가 평양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도래할 통일시대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인 한 총장은 평양과학기술대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지난달 19일부터 5일간 평양을 다녀왔다. 평양 방문 뒷얘기와 숭실대 통일교육 상황이 궁금해 지난 13일 오후 총장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평양 방문은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이었습니까.

“우리 대학은 연변과기대, 평양과기대와 꾸준히 교류해 왔습니다.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은 서울 숭실대 1회 졸업생입니다. 평양과기대가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도 관심이 있어 협력방안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또 숭실대 평양 캠퍼스 조성은 우리 대학의 숙원사업인데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었습니다. 통일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 총장으로서 북한 대학생들은 통일에 대비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평양사람들 중에 숭실대가 평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요.

“아닙니다. 서울에 숭실대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평양 숭실대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과 외삼촌 강양욱이 숭실대 출신이거든요. 역사 시간에 배우니까 젊은 사람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평양에 숭실대 캠퍼스를 복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희박하지만 조건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대학은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과 축구대회를 갖는 등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데 통일 이전에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야지요. 캠퍼스 복원을 위해서는 교육과 의료가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방북이 그것을 조금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양 방문에서 특별히 느낀 것이 있습니까.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설명 좀 해주시죠.

“개인적으로 첫 방문이라 비교는 못하겠지만 영업용 택시가 많은 게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 관광객이 무척 많다는 점은 남한과 비슷할 테고, 휴대용 전화기를 이용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습니다. 국제학술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통일교육을 표방한 이유는 뭡니까.

“숭실대는 누가 뭐래도 평양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통일문제는 우리 대학의 숙명입니다. ‘통일의 시대정신을 세우는 대학이 되자’는 것이 우리의 모토입니다. 사실 다음세대는 평생 통일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통일한국으로 가는 길에 우리가 어떤 시대정신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대학생들에게 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남과 북의 대학생들이 통일 이전이라도 격조 있는 시민의식을 갖춰야 통일한국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통일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일의 여정에서 남북의 젊은이들이 규범화되고 국제화된 시민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자는 게 우리 대학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공학박사가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로봇을 만드는 공과대학 교수지만 순전히 개인적으로 약 20년 전부터 한민족 교육벨트를 만들어 북한 주민과 조선족, 고려인을 연계하는 교육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구촌 전체 한민족을 대상으로 하나의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우리 민족이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학에서 어떤 통일교육을 시키고 있는지요.

“통일인재상을 구현하기 위해 2014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란 제목의 1학점짜리 교양필수 과목을 개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강 학생들은 전원 경북 문경에 있는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에 들어가 3박4일간 합숙교육을 받습니다. 첫째 날은 남북한의 차이, 둘째 날은 차이 극복 방안, 셋째 날은 통일한국의 이상적인 모형, 넷째 날은 통일한국에서의 역할에 대해 심층 토론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학교에는 별도로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을 두고 통일인재를 키우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관에서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숭실대에 특화된 게 있습니까.

“대부분의 타 기관 통일교육은 ‘북한 바로 알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바뀌어야 통일이 된다는 논리를 주입하는 겁니다. 하지만 통일이 되려면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품격 있는 사회로 바꿔나가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는 게 저와 대학의 기본철학입니다. 북한 연구보다 우리의 역량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통일준비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 간 교류협력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도화지에 그림만 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남북통일기금을 전부 북쪽을 돕는 데 쓸 것이 아니라 일부라도 남쪽을 변화시키는 데 사용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숭실대가 우리나라 최초의 4년제 대학이란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서울의 다른 기독계열 대학이나 ‘민족대학’에 비해 뒤처져 있습니다. 서울 숭실대의 경우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우리에겐 매우 아픈 지적입니다. 역사는 자랑하면서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국내 사립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양적 팽창을 추구할 때 우리는 비리가 많은 편입생과 청강생 제도를 일절 취하지 않아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투명경영이 향후 대학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2017년이면 숭실학당 설립 120주년인데 특별히 준비하는 기획이나 행사가 있습니까.

“국제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복음의 씨앗을 가진 대학, 숭실이란 이름을 가진 대학을 만드는 복안을 갖고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머잖아 한국 중국 베트남 간 3각 축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교육의 기치도 가일층 높일 것입니다.”

-기독교 계열 대학으로서 ‘기독교 정체성의 브랜드화’를 표방하시는데 어떤 뜻인지요.

“국내 기독교 계열 대학들엔 공통된 고민이 있습니다. 기독대학 표방이 학교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지요. 기독교를 바탕으로 학교가 만들어졌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교회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독교 정체성이 학교 발전에 확실하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통일교육에 관한한 한국 교계의 중심센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교파를 초월해 통일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리 대학이 총괄 조율하겠다는 것이지요. 기대해 주십시오.”

한헌수 총장 약력

△전북 익산 △광주 살레시오고 △숭실대 전자공학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전자공학 박사 △숭실대 교수, 로봇연구소장, IT대학장 △전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장 △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 △통일교육중앙협의회 부회장 △숭실대 총장

만난사람=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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