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이러고도 애 많이 낳으라고? Ⅱ 기사의 사진
정확히 1년 전 오늘이다. 세 살짜리 딸을 둔 내 이웃 부부 얘기를 이 난을 통해 소개한 것이. 절박감이 묻어 있는 부부의 실제 대화로 ‘보육대란’을 짚어보기 위함이었다. 그 후 365일이 흘렀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파동은 진행형이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예산 떠넘기기는 여전하다.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핑퐁게임’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 당국의 지루한 힘겨루기에 이웃 부부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노를 넘어 이제는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다시 이 부부의 ‘보육 잔혹사’를 들여다볼까 한다.

#마음 졸인 1년

2014년 11월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정부가 무상보육의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서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긴급 모임을 갖고 “중앙정부의 몫”이라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맞선다. 1라운드 ‘보육대란’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웃 부부도 다급해졌다. 보육료 지원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엄습했다.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예산이 편성된 유치원으로 갈아타기 위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너도나도 유치원으로 향하면서 입원 경쟁이 치열해졌다. ‘로또 당첨’에 비유될 정도였다. 여러 유치원에 지원했지만 결국 ‘어린이집 엑소더스’에 실패하고 말았다. 앞이 깜깜했다. 이때 반가운 뉴스가 들려왔다. 여야의 우회지원 합의였다. 예산 부족분은 시·도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고, 정부가 예비비와 특별교부금으로 이자를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땜질 처방이지만 ‘휴∼’하고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4개월여 후인 올 3월. 임시로 막아놓았던 둑이 순차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우회지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지면서 몇 달 치만 임시로 편성했던 시·도 교육청의 어린이집 예산이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한 어린이집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미 유치원 모집은 끝난 상황. 이웃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올해는 괜찮겠지’라며 한 살 더 먹은 딸아이를 그대로 어린이집에 놔둔 것을 자책할 뿐이다. 조릿조릿하며 그렇게 1년이 흘렀다.

#마음 졸이는 11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간 ‘핑퐁게임’은 변함없다. 교육부는 지방재정법(10월 시행)을 앞세워 각 교육청에 관련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1년 전과 판박이다. 2라운드 ‘보육대란’이다. 전국 민간 어린이집은 집단 휴원 카드를 한 차례 내밀었다. 여야는 24일까지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합의가 나오더라도 임시방편 처방이 나올 공산이 크다. 올해와 같이 정부의 예비비와 특별교부금을 통해 시·도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 이자를 지원하는 방식 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급한 불끄기용이다. 내년 4월 총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나 몰라할 게 뻔하다. 선거 때 표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해놓고 정권을 잡은 뒤에는 예산 책임을 떠넘기는 뻔뻔함을 우리는 지금 똑똑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면서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웃 부부는 올해도 유치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2년째 ‘유치원 갈아타기’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탁구공’ 신세인 학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무책임한 ‘핑퐁’을 멈춰야 하는 이유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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