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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강창욱] ‘테러 추종자’ 체포 경찰, 허술한 증거·논리

[현장기자-강창욱] ‘테러 추종자’ 체포 경찰, 허술한 증거·논리 기사의 사진
“기자들이 생각하는 대로 써라.”

18일 경찰은 이슬람 테러단체 추종 혐의가 있다며 체포한 인도네시아인 A씨(33)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기자가 “그의 자택에서 압수했다는 이슬람 서적이 (보도자료 내용대로) 정말 원리주의 서적이 맞느냐”고 묻자 수사 책임자가 “잘 모르겠다”며 한 덧붙인 말이다. 한 사람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으면서 이보다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기도 어렵다.

A씨가 ‘테러단체 추종자’라며 경찰이 밝힌 증거와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증거는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시리아 반군 ‘알 누스라 전선’의 깃발과 그 문양이 새겨진 모자 사진이 사실상 전부다. 알 누스라의 테러 행위를 적극 옹호하는 발언은 없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나온 ‘람보칼’과 BB탄 모의소총 등을 제시하며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그동안 경찰은 ‘청와대 폭파 협박’ 사건 등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이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인상을 구겼다. 그런 경찰이 뭐가 급했는지 A씨를 잡자마자 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까지 자청했다. A씨는 물론 그의 주변인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다.

체포 근거는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체류), 위조사문서 행사(위조여권 사용),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람보칼·모의소총 소지)이다. 경찰은 테러 관련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테러 관련 혐의를 적용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경찰은 A씨 검거로 테러 발생 가능성을 막은 것처럼 말한다. 그렇다면 먼저 그가 정말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맞는지 한 치 의심도 없는 수준으로 확인돼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이 과연 테러로부터 안전한지 확인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A씨에 대한 조사는 강제 추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잠재적 테러 위협을 막았다고 하겠지만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경찰로선 손해 볼 게 없다.

강창욱 사회부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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