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자식농사의 노하우 기사의 사진
세상에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일이 틀어질 때도 종종 있다. 세상만사 중에 자식농사만큼 예측하기 힘들고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자녀를 성인으로 키운 부모들 가운데 이런 견해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자식농사에서 절반은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부모들이 있다. 자녀가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진학한 부모들이다. 마치 자녀가 조선시대 진사시에 합격한 진사라도 된 것처럼 좋아한다. 진사는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成均館)에 입학할 수 있고 대과(大科)에 응시할 자격을 갖게 된다.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들어가면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틀린 비유도 아닌 듯하다.

자녀가 명문대에 합격한 부모는 동창들 모임에서 보란 듯이 한 턱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어렵다는 자식농사에서 1차 보상을 받았으니 당연한 행동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자녀를 보내지 못한 부모들은 이런 자리에서 말을 아끼고 친구의 자식 자랑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한 부모들 중에 ‘공부만큼 쉬운 것이 없다’고 자녀에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일류 대학에 합격한 그들 입장에서는 공부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고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격도 다르고 적성도 다르고 특기도 다르고 장래 희망도 다른 자녀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자신이 성취한 것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이런 접근 자세로는 사춘기의 자녀를 설득시킬 수 없다. 도리어 강한 반발과 불신만 초래하게 된다.

예순을 넘긴 세대들 가운데 제대로 된 적성검사를 받아본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적성과 특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가족부양, 신분상승, 재산축적을 위해 재능과 무관한 일터에서 오로지 일만 했다. 50∼60년 전에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보잘것없어서 괜찮은 보수를 받고 일할 만한 직장이 흔하지 않았다. 공무원 교사 은행원 정도가 선망하는 직업군이었다.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수많은 직업이 생겼다. 앞으로도 현대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직업들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녀가 판사 검사 의사를 비롯해 부와 명예, 권력을 갖는 사람이 되기만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렇게 될 리 없고, 될 수도 없다. 세상이 판사 검사 의사만으로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농업 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맡은 것을 충실히 이행해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사회가 돌아간다.

올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치열한 대입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말이 경쟁이지 이미 대입 전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전쟁터에서 한번쯤 어떻게 하면 자녀가 주 안에서 행복하게 살지, 자녀의 재능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어떨까.

신약성경 마태복음 25장에는 주인으로부터 각각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받은 종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중에 주인은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이 달랑 한 달란트만 반납하자 호되게 꾸짖고 어두운 데로 내쫓는다. 하지만 두 달란트를 받아 두 달란트를 남긴 종과 다섯 달란트를 받아 다섯 달란트를 남긴 종에 대해서는 똑같이 칭찬한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태복음 25장 21, 23절)

두 종에 대한 칭찬이 일점일획(一點一劃)도 다르지 않다. 이 구절에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자녀의 대학 선택과 직업 선정 때 부모가 기억해야 할 성경 구절이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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