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전석운] IS 테러를 보는 시각 기사의 사진
‘아랍의 봄’의 역설이다. 5년 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촉발된 민주화 시위는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독재자가 쫓겨났거나 내전이 벌어졌다. 4년째 지독한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일부에서는 아랍의 봄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독재자가 떠난 뒤 들어선 약체 정부나 내전은 많은 아랍인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권력의 공백이나 공권력 장악력의 부족은 참칭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적 테러집단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후세인이 통치했던 이라크에 테러집단의 존재는 미미했다. 카다피가 생전에 철권을 휘둘렀던 리비아에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행렬은 없었다. 알아사드 정권의 세습독재가 도전을 받기 전까지 시리아에서 IS는 태동하지 않았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호카옘 연구원은 “IS는 중동 정부들의 실패 속에 번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S는 미국의 군사개입으로 이라크의 권력이 교체되면서 발생한 정정혼란을 틈타 탄생했다. 또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심 도시들을 장악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괴물로 성장했다. 나라를 등지는 아랍인이 속출했고, 높은 문맹률과 실업률은 아랍의 젊은이들을 분노와 좌절로 밀어 넣었다.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걸프전쟁, 이라크전쟁을 서구의 잇단 이슬람 침략으로 받아들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부추겨 IS 전사로 변신시켰다. IS는 러시아 여객기 추락과 파리 테러 이후에도 뉴욕과 워싱턴DC, 로마를 테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1년이 넘도록 시리아 내 IS 지휘부를 공습하고 있지만 IS는 건재하다. IS는 중동을 넘어서서 유럽의 중심부인 파리에서 테러를 성공시킬 만큼 가공할 세력으로 커졌다.

파리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는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해서라도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제2의 아프가니스탄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제한적인 공습을 되풀이하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미 본토에서 IS 테러가 벌어지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실 IS 격퇴전을 지상군으로 치르든, 드론 공습으로 지속하든 단기적인 전술에 불과하다. IS가 괴멸되더라도 또 다른 테러집단이 주도권을 잡거나 준동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집단이 세력을 얻지 못하게 하려면 그 나라에 강한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독재 권력을 비호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정부가 있어야 한다. 치안을 확립하고, 경제를 일으키고,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하는, 국가다운 국가가 자리 잡으면 테러집단은 사라진다.

IS 격퇴와 시리아 내전 종식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내전이 종식되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부가 들어서면 IS를 제압할 수 있다. IS 격퇴전을 치를 지상군을 시리아 정부군으로 구성하든, 미국·프랑스·러시아 등 연합군으로 편성하든 그건 덜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리더인 미국의 역할이 아쉬운 건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이를 관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카드가 없다면 처음부터 내정간섭 발언을 하지 말든지, 말을 했으면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한적인 공습으로 전쟁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는 건 미국의 최대 동맹인 유럽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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