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前 의원] “두 번 떨어지고 삼세판… 이제, 대구시민들 마음 열기 시작” 기사의 사진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야권의 불모지 대구에서 치러진 두 차례 선거(19대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서 모두 40%를 넘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해 새정치연합을 대표하는 TK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김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선 ‘대구는 보수의 아성’이라는 편견이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지훈 기자
홀연 미래가 보장된 편안한 삶을 벗어나 제 스스로 호구(虎口)로 들어갔다. 그게 4년 전이다. 대가는 혹독했다. 호기롭게 호랑이굴에 들어갔지만 호기만으론 호랑이를 잡을 수 없었다. 이미 두 번 실패했다. 세 번이나 금배지를 달아준 군포를 떠나 야당의 불모지, 대구에 새 터전을 잡은 그를 사람들은 ‘바보 김부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노무현 대통령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가 그에게로 옮아갔다. 두 번째 바보 정치인이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이 내년에 성공할지, 실패한다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선 속단할 순 없다.

내년 4월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을 그의 세 번째 도전 상대는 고교·대학·재야 선배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김 대 김의 전쟁’은 5개월 전에 시작됐다. 이래서 “정치는 비정하다”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이정현의 기적’을 꿈꾸는 3선 출신의 김 전 의원을 지난 17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여당발 TK 물갈이론이 일고 있다. 대구 민심은 어떤가.

“대구는 국가, 대통령, 애국심의 가치를 귀히 여기는 도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 출신이어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있지만 국가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어지간해선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박인 윤상현 의원이 유승민 의원 상가에서 물갈이론을 얘기한 데 대해서는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게다가 거론되는 인물 중엔 ‘대통령 사람’이라고 하기엔 결이 안 맞는 사람이 꽤 있다. 지금은 두고 보자는 분위기이나 그냥 대통령 이름 팔아서 오는 사람들은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은 좋은데 당이 별로…”라는 얘기를 자주 듣나.

“60대 이상은 달고 사신다(하하). 그러나 20∼50대 중반까지는 대구가 이래선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얼마 전 지역언론에서 ‘대구에서 큰 세대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분명한 건 20∼50대는 이전세대와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비교하는 경우가 잦다.

“만약 이 의원이 돌파하지 못했으면 이번에도 결국은 ‘박수는 치지만 표는 못 찍겠다’는 양상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저쪽이 변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변하냐는 이곳의 방어기제가 있다. 이 의원 당선은 대구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그 이후 ‘요번엔 잘해보소. 분위기 괜찮더라’는 얘길 자주 듣는다. 비록 ‘나는 안 찍겠지만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대구 시민들의 얘기는 대단한 변화다. 4년 전은 물론 2년 전 시장선거 때만 해도 ‘열심히 해도 되겠나’는 얘기가 일상적이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절대 무모하지 않다.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넨데 왜 현실에 대한 불만들이 없겠는가. 이전엔 이런 사람들이 선거 막판 대부분 기권했다. 왜 그랬겠나.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이들에게 이번에 표를 찍으면 변화가 온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달라진다. 북구에선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이 열심히 뛰고 있다. 해볼 만한 시합이라는 구도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군포를 떠난 걸 후회한 적 없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기 위해서 떠난 것이다. 떠난 후 군포에서 크게 나를 욕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정치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지금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군포 시민들이 제게 많은 용기를 주신다. 조건 없이 국회의원으로 키워준 군포 시민들께 감사한다.”



-다음 총선에서 고등학교·대학교·재야 선배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와의 맞대결이 예상되는데.

“서로 상처를 주고받아야 될 사이는 아니다. 어느 순간 답답할 때, 짠할 때가 있다. 두 사람이 이런 노력을 다른 데서 했다면…. 둘 다 죽기 살기로 뛰고 있다. 보는 분은 스릴 있어 할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죽을 맛이다. 둘 다 인생의 마지막 카드니까.”



-지역감정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실생활에선 많이 걷혔다. 옛날에는 진짜 호남 쪽으로 가는 사람 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과거 영호남 지역감정으로 상대편을 낙인찍어 봤던 것을 머쓱해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우리가 남이가’라며 우려먹는 데 있다. 지방도시가 어려운 근본 원인은 수도권 집중에 있다. GRDP(지역내총생산) 기준으로 대구가 전국 꼴찌이고, 광주가 그 다음이다. 전국 꼴찌 1, 2등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지역이 발전하려면 여야의 두 날개가 필요하다. 대구가 지역주의 총본산이라는 오해를 걷어내야 한다. 내년에 영호남에서 교차 당선되면 국민들이 지역감정 문제를 정리할 것이다.”



-지역감정 해소 차원에서 안철수 의원이 부산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유력 대선주자에게 멍에를 씌워선 안 된다. 안철수는 안철수답게 훨훨 날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안 의원에게 그런 가혹한 요구를 할 게 아니라 대선주자는 수도권에서 전략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얽매이면 전국적인 선거 지원을 할 수 없다. 문 대표, 안 의원이 부산에 출마하면 그 지역에선 반향이 일어나겠지만 전체 선거 결과는 누가 책임지나.”



-‘문재인 사퇴론’을 어떻게 보나.

“문재인만으로도 안 되지만 문재인 빼고도 안 된다. 문재인 체제를 흔드는 사람은 ‘범야권의 틀을 어떻게 만들 거냐’는 큰 그림이 없다. 너무 무책임하다. 문 대표가 갖고 있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는 건 틀리지 않다. 지금은 문 대표도 어찌할 수 없는 야권의 적폐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 당의 대표 역할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야권 전체를 추슬러야 되는 책임이 그에게 있다. 지난 대선 때 그렇게 많은 표를 얻은 우리 당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을 그런 식으로 대우해선 안 된다. 오히려 문 대표에게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주고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라고 요구하는 게 맞다.”



-범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선 당을 떠난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전 의원 등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지 않은데.

“경상도에 ‘포시랍다’(귀하게 자라서 험한 것을 잘 하지 않으려는 속성)는 말이 있는데 우리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야권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 불러다가 용광로에 녹여 함께 재탄생해야 한다.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저래서 빼면 어떻게 야권을 되살릴 수 있나. 집단 내에선 정체성을 중시하는 측과 역량 강화를 중시하는 쪽 사이에 항상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동안 정체성 중심으로 간 것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집단으로 국민에게 비쳐졌다. 각 분야의 ‘작은 안철수’를 불러 모아 큰 틀에서 야권을 재구성해야 한다. 가뜩이나 과거 운동권의 추억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비판받고 있는데 민주·반민주 시대의 추억과 투지만 갖고 국가를 맡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야당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기대만큼 못 미친다. 아버지 영향 때문인지 몇 가지 추구하는 바에 대한 집요함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 부분은 야당이 도와주고, 국정 교과서 문제라든가 도저히 한 정권으론 감당할 수 없는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문제를 제기했다면 박 대통령도 야권을 얕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 야권의 목소리를 가볍게 보기 때문에 소통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치는 친인척이 없고, 보수로부터 의심도 받지 않고, 미국·중국 지도자와 다 대화가 되는 외교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만도 우리 정치엔 큰 축복이다.”



-김부겸이 하고자 하는 정치는.

“공동체의 미래를 놓고 두 당이 필요에 따라 협력하고, 경쟁도 하는 독일식 정치가 롤모델이다. 빈부격차, 청년실업, 각종 연금제도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문제는 한 집단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선진국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정당에만 맡길 게 아니라 사회 제 세력이 모여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 우리도 그럴 때가 왔다. 이런 국민적·정치적 합의수준을 높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지 않았는가. 지역주의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펼쳐보고 싶다.”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는데.

“절박하고 피곤함을 느낄 새도 없이 열심히 하고 있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심정이다. 선거는 마지막까지 변수가 많지만 아쉬움이 남는 선거는 하지 않고 싶다. 두 번 떨어지고 이제 삼세판이라고 하니까 대구 시민들이 조금씩 내 진정성을 받아주는 것 같다. 대구 시민이 기회를 준다면 내가 그려보는, 미래가 보이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런 정치를 하다 은퇴해야 밥값하는 거 아니겠나.”

대구=이흥우 논설의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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