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관계, 행복을 가져다주는 힘 기사의 사진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 살고 있다. 부부, 부모자녀,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이들과 인생의 대소사와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 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약화될수록 ‘삶의 행복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긍정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와 마틴 셀리그먼은 ‘아주 행복한 사람들’과 ‘덜 행복한 사람들’을 비교 관찰했다. 오랜 연구 끝에 그들은 두 집단 간의 차이점은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사회적 관계의 존재 유무라고 밝혔다. 최고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공평하고 친밀하며 서로 돌봐주면서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 관계보다 강력한 행복의 조건은 없다.” 우리가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지 현실을 돌아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얼마 전, 2015년 국가별 삶의 질을 측정하는 ‘보다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현저히 낮다. OECD 평균인 6.58에 못 미치는 5.80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다. 또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8분이다. OECD 평균은 151분이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으로 회원국 중 최하위다. 가족관계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이 정도라면 가정의 행복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행복은 저축한 시간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 표현에 인색하다. 이 때문에 생기는 부부, 부모와 자녀 간 갈등도 적지 않다. 또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예 상처받기 싫어서 관계를 단절하거나 멀리한다.

특히 50대 이후의 한국인 부부는 유교문화 속에서 성장하면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배웠지만 자녀를 사랑하고 부부가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수직문화에서 수평문화로 바뀌고 있다. 수직문화와 수평문화가 만날 때 생기는 갈등은 대화로만 풀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을 해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랑하는 방법과 대화의 기술이다.

청소년 자녀가 자신의 문제를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을 해봐야 꾸중을 듣고 경계만 심해질 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계의 단절은 부모가 무심코 던진 훈계 비판 비교 등의 말 때문이다. 부모는 수용적 대화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나는 너를 믿는다’란 사인만 보내면 된다. 이야기를 들어줄 때 “음, 그래” 정도로 반응을 보이면 족하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우리를 이해해 주세요” “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세요” “그냥 지켜봐 주세요. 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등이다.

가족이 대화할 때 지켜야 할 약속을 메모해 냉장고나 식탁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으면 어떨까. 예를 들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란 말을 하루 한 번 이상 사용하기, 말할 때는 상대방과 눈을 바라보기,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맞장구를 쳐주기 등이다. 단 이 약속에는 말만이 아닌 진실된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자존심 때문에 “미안해요”란 말을 못한다면 그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고마워요”라고 표현할 때 가족사랑은 배가 된다는 것을 깨닫자. 사랑의 표현은 훈련을 통해서 발전하므로 노력해야 한다. 훈련을 통해 습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가족에게 이 말들을 아끼지 말자.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그러면 관계를 회복하고 관계 속에서 충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