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30) 응답하라 1988 기사의 사진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시인 나태주는 ‘행복’을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돌아갈 집과 생각할 사람이 있는 것과 비견된다. 노래의 힘은 위대하다. 노래는 추억을 부른다. 어떤 노래는 가던 길을 멈추게도 한다. 외로울 때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추억을 내 앞으로 불러와 그 순간과 조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억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며 위로인가. 또한 노래는 감성의 소통이다. 세월의 숨결이 담겨 있다. 추억을 끄집어내 되씹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때의 기억, 그 순간의 사람, 심지어는 그 찰나의 냄새까지도 떠오르게 한다. 세월을 버티는 노래의 감동은 잔잔한 격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세월을 견디는 노래로 사람의 가슴에 내려앉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에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이 드라마는 세대의 간극을 좁히면서 지난 세월을 촘촘히 공유한다. 27년 전의 삶이 오늘 저녁 밥상에서 윤기 나는 온기를 느끼게 한다. 당시, 많은 사람의 결핍을 채우는 건 음악이었다. 삶의 위로를 건네는 노래가 드라마 전편 곳곳에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의도된 장치는 노래가 가지는 힘을 온전하게 펼쳐 보인다. 뮤지션 이적이 재해석한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삶의 응원가 그 자체다. 오혁이 부른 이문세의 ‘소녀’도 그 시절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두었던 사람들의 편린을 떠오르게 한다. 음악에 기대어 삶을 부축 받았던 그때 그 시절 1988년 즈음. 30년 묵은 노래가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세대를 만나 또 사랑받는 일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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