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훈] 기간제근로 ‘입구’ 규제가 필요한 이유 기사의 사진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할 목적으로 기간제법이 시행된 것은 2007년이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상당 기간이 경과된 지금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규직으로 건너가기 위한 ‘가교’가 아니라 벗어나기 힘든 ‘함정’으로 비정규직이 기능하는 현상이 노동시장에서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출구’ 규제다. 이처럼 사용 기한을 두게 된 데는 2년이면 정규직 전환 여부를 선별하는 기간으로 충분하다는 암묵적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저조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 같은 출구 규제가 당초 기대된 선별 기제로서의 기능을 지금껏 제대로 발휘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기간 제한 규정의 효과는 참담했다”고 토로할 정도다.

한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작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출구 규제를 더욱 완화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동일한 사업장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근로자의 숙련 형성이 촉진되고, 인적자본 투자 효과를 회수하기 위해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유인 또한 높아지리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 기간을 늘린다고 출구 규제가 사용자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비용 절감’ 기제로서의 유인이 저하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한이 도래하기까지는 기간제 근로자를 상대적으로 싼 값에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따라서 단순히 사용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사용자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인적자본 투자 유인이 그만큼 높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접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권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인력 운용의 유연성 확보 차원이 아닌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사용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정부가 비정규직 확산을 제어하고 그 규모를 줄여나가고자 한다면 아예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입구’에서 기간제 근로를 규제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즉, ‘상시·지속 업무 상시·지속 고용’의 원칙에 기초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할 경우에 한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기간제 근로를 입구에서 규제하게 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리라 우려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규직화에 있는 게 아니라 실제 맡고 있는 직무의 가치나 직무수행 능력 등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적정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비롯한 보상 제도를 어떻게 갖추느냐 하는데 있다. 고용 안정은 조직이나 직무에 대한 몰입을 끌어내기 위한 기본이다. ‘상시·지속 업무 상시·지속 고용’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제정 또한 명분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 하나 고용의 유연성 저하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입구를 규제하더라도 ‘상시·지속 업무’가 아닌 업무이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나아가 경기 내지 일시적인 수요 변동에 따른 탄력적인 노동 공급의 문제는 기간제가 아니라 ‘상용형 파견’을 활성화하는데서 해법이 찾아져야 할 것이다. 기간제 입구 규제를 여당이 수용하고 파견근로 대상 범위 확대를 야당이 수용하는 방향으로 비정규 관련법 개혁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돌파구를 찾기를 기대한다.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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