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국인에 묻다] 청년세대 “당신들이 살아온 과거와는 다르다”… ‘청년 배제’ 논란과 세대전쟁?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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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도국이 대한민국을 부러워하는데 ‘헬조선’ ‘망할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0월 최고위원회 발언)

“지옥 같은 조선을 떠나 이민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한번 적어보라. 그리고 그곳이 천국인지 공부해 봐라.”(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10월 중앙일보 인터뷰)

“너희는 포기가 무슨 선택쯤 되는 줄 알더라만 나는 마음대로라는 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 9월 ‘늙는 게 罰(벌)은 아니다’ 칼럼)

기성세대 중 상당수는 ‘헬조선’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식의 오류라고 본다. 그러나 ‘헬조선’은 자기 세대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청년세대 스스로 고안해낸 거의 최초의 이름이다. 기성세대가 주도했던 이전의 무수한 청년 담론들과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현실을 ‘헬조선’이라고 규정하면서 “당신들이 살아온 과거의 청년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고 기성세대에게 말하고 있다.

청년 배제

신은정 서울시청년허브 기획실장은 “청년문제는 사회적 쟁점이 됐지만 실제론 지원이나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며 “청년을 지원하는 법이 현재 청년고용촉진특별법 하나밖에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 지원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울시 ‘청년기본조례’가 시발점이 됐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와 올해 여당과 야당이 각각 발의한 ‘청년발전기본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정의당 부설 연구소인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은 실업급여를 한 예로 들었다. “요즘 청년들은 직장을 다녀보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실업급여는 직장을 다니다 해고된 사람들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었던 과거의 법과 제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 찾기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외국처럼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면 실업급여를 다 주는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숫자로 표현된 정책’이라는 예산을 봐도 ‘청년 배제’라는 현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신혜 서울시의원이 지난 10월 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정책에 가장 우호적이라는 서울시의 2014년 청년층 대상 예산은 806억원으로 전체 예산(23조6386억원)의 0.3%에 불과했다. 반면 7세 이하의 영·유아 예산은 1조7127억원(총 예산 대비 7.24%), 65세 이상 노인 예산은 1조2245억원(총 예산 대비 5.18%)으로 집계됐다.

분출하는 청년 이슈들

1990년대 중반 학생운동의 퇴조와 함께 자취를 감췄던 청년운동이 2010년 이후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것도 ‘헬조선 현상’과 무관치 않다. 2010년 출발한 청년유니온(노동)을 시작으로 알바노조(노동), 민달팽이유니온(주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복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복지), 청년좌파(정치),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정치(정치), 청년연대은행 토닥(금융), 빚쟁이유니온(금융)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청년 단체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하준태 KYC(한국청년연합) 대표는 “청년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 나타나고 있는 청년운동은 거대담론 중심이 아니라 주거문제, 채무문제, 노동문제 등 현실의 문제를 놓고 해법을 찾아가는 의제별 운동이라는 게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청년 이슈’들도 분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면서 청년세대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소득을 줄여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구직활동촉진수당’을 제안하고 있다. 등록금 대출이자 인하, 청년 교통비 할인,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등과 같은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청년수당’은 가장 뜨거운 이슈다. 성남시는 19∼24세 청년들에게 소득이나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분기당 25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도 취업자가 아닌 청년들에게 3000명 한정으로 월 50만원씩 수당을 지급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요즘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취업 준비과정이라는 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뭐가 됐든 해보자는 게 청년수당인데, 정부나 여당에서는 ‘페널티를 줘서라도 막겠다’ ‘근로의욕이 떨어진다’ ‘아편이다’ 이러면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 사이에서 청년수당의 필요성은 이견이 없는 얘기”라며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면서 청년 정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저성장, 임금격차, 노동유연화 등 10년 전, 2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구조 속에서 청년들이 살고 있다”면서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청년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취업이나 진로 때문에 낙담해서 사회 밖으로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고, 교통비나 식비도 없어서 구직 활동 자체를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그런 청년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게 시급한데 한계가 뻔한 일자리 만들기가 청년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전쟁? 그보다 우려되는 건 포기

청년들의 분노, 청년운동의 부활, 청년 이슈들의 분출 등이 결국 세대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헬조선’은 종종 “죽창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년운동가들은 세대전쟁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세대전쟁 얘기가 몇 년 전부터 계속 흘러나오는데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긴 어렵다”면서 “세대갈등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기획해서 만드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신 기획실장도 “청년들의 분노나 좌절감이 크긴 하다. 그러나 그것이 갈등으로 표출되기보다 무력감이나 포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세대전쟁 가능성보다는 청년세대의 활력이 통째로 저하되는 것이 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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