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4부)] 한국교회, 탈북자 품어 통일 후 ‘北을 고치는 주님의 손’으로

(제4부) 통일코리아를 향해 - <8> 탈북자 선교 강화, 북한선교 자원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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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산정현교회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평양산정현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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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교회 예배에 초청된 목사님께서 설교를 끝내고 물어봐요. 혹시 나중에 국가정보원에서 전화 오는 것 아니냐고요.”

지난달 25일 서울 동작구에서 만난 탈북자 출신 사역자 A씨(55)는 이 말을 하며 답답해했다. 그는 “아직도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신자들은 탈북자와 접촉이라도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안다”며 “이런 분위기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탈북자 B씨(40·여)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탈북자를 ‘스파이’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탈북자를 잘 모르면서 무슨 통일을 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국내 정착 탈북자들은 3만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90%는 중국 등 제3국에서 선교사들과 접촉하며 도움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복음을 접하거나 신자가 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이 아니라 팍팍한 현실이다. 문화도 낯설고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교회 역시 벽이 높다. 한국교회는 ‘통일의 마중물’이라며 탈북자들을 북한 선교의 역군으로 치켜세우지만 현실은 오해만 넘쳐난다는 것이다.

◇탈북자 이해가 먼저다=서울 강서구에서 탈북자를 대상으로 목회하고 있는 평양산정현교회 김명숙(45·여) 전도사는 “한국교회는 탈북자를 ‘통일 선교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교회와 성도들만 탈북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더 이상 한국교회에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끼리라도 힘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도사는 19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8년을 생활하다 복음을 듣고 북한 선교의 비전을 품었다. 중국에 있는 동안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만삭의 몸을 이끌고 극적인 탈출에 성공했다. 지금은 40여명의 탈북자와 함께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교인들은 통일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복음을 들고 간다. 고향에 교회를 세운다’고 수없이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 교회에는 남한 출신 교인들도 출석한다. 이들은 탈북자들에게 신앙의 본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 전도사는 전했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평양산정현교회 예배당은 왜소했다. 그러나 한쪽 벽에는 북한 지역 지도가 커다랗게 부착돼 있었다. 각 도마다 해방 이전의 교회 이름이 표시돼 있었고 그 옆으로 ‘우리 고향을 주의 손으로 고쳐주소서’라는 제목의 7가지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기도문 중 하나는 ‘탈북민들이 전 세계적으로 통일 선교사로 부흥케 하소서’였다. 교회는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누와 된장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김 전도사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면서 국내 탈북자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북한 선교는 탈북자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제주아름다운교회 이종한 목사는 제주가 북한 선교의 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08년 1월 11일 평양대부흥운동의 발원지인 장대현교회에서 길선주 목사의 집례로 이기풍 목사가 제주 선교사로 파송됐다. 그렇게 제주에 복음이 전해졌기에 통일 이후 제주가 복음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북한 선교 사역자를 발굴하고 양성해야 한다”며 “치밀한 전략적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선교, 다각적으로 접근해야=현재 북한 선교는 네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 북한교회 재건운동이다. 과거에 있었던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한 운동이다. 2000년 6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북한교회재건위원회가 파악한 북한의 무너진 교회 수는 총 3040개다. 이들 교회를 세우기 위해 각 교단과 교회 차원에서 재건운동에 참여했고 여러 NGO들도 선교활동을 표방했다.

둘째, 중국을 통한 북한 선교이다. 중국에 나와 있는 탈북 주민에게 복음을 전해 북한에 다시 파송하거나 한국으로의 입국을 돕는 방법이다. 이미 관련 선교단체와 뜻있는 교회가 이 일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 체제 이후 국경 수비가 강화되면서 탈북자 수가 격감했고 제3국에서의 선교 활동은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셋째, 방송을 통한 북한 사역이다. 방송은 정치적·종교적 이유 때문에 선교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효과적이다. 일부 탈북자 중에는 남한의 기독교 방송을 접하고 탈출한 사례도 있다. 방송은 우리가 갈 수 없고 성경책 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디아스포라를 통한 북한 사역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동포들이 북한을 향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보육원과 양로원을 세우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북한 주민들을 돕고 있는 것이다.

물댄동산교회 조요셉 목사는 “지난해 국내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한국 방송을 듣고 넘어왔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복음성가 한 구절에 감동을 받고 탈북했다”며 “방송 선교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을 통한 탈북이 어려워진 것에 대해 “러시아의 경우 외화벌이를 위해 나와 있는 북한 주민과의 접촉은 쉬운 편”이라며 “이들을 만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탈북자 모임을 갖고 있는 곳은 20여개로 추산된다. 또 탈북자를 중심으로 모인 교회도 10여곳에 이른다. 조 목사는 “탈북자들끼리만 모여 있는 교회보다 남한 신자들과 통합한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 건강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들이 탈북자 출신 신학생을 교역자로 많이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국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며 “탈북자들을 포용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탈북자들은 기존의 경우 남한사회 적응이 목표였으나 이제는 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할 당사자가 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탈북자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감은 “교회 역시 긍휼사역으로만 끝날 게 아니다”라며 “전문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통일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전도사는 탈북자들은 구약성경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구약에는 탈북자들에게 와 닿는 말씀이 많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사건을 비롯해 광야 생활이 탈북자의 삶과 닮았다. 심지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민족의 70년 나라 없는 굴욕사도 비슷하다. 김 전도사는 “이사야 후반부(40∼66장)가 회복의 소망으로 점철된 것처럼 탈북자들은 오늘도 소망을 갖고 기도한다”며 “통일의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 프로젝트는 국민일보·한민족평화나눔재단 공동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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