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인 <15> 산재 장애인에 눈돌리니 재활·자립 연구과제 산적

산재노동자협회 결성 후 순회 특강… 장애인 공부 원하는 박종균씨 만나

[역경의 열매] 김종인 <15> 산재 장애인에 눈돌리니 재활·자립 연구과제 산적 기사의 사진
지난해 2월 척수장애인 최초로 재활학 박사가 된 박종균씨가 학위 수여식에서 김종인 교수(오른쪽)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소아마비가 대표적인 장애였다. 그러나 이제 소아마비는 백신 개발과 예방접종으로 더 이상 발생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오히려 교통사고와 산업재해가 장애 발생의 더 큰 요인이다. 2000년 3월, 휠체어에 몸을 실은 이병호란 분이 교수연구실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을 산재노동자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임의단체 한국산재노동자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부탁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님, 산재노동자도 장애인 아닙니까? 회원의 권익 보호와 자립생활을 위해 사단법인 설립을 도와주십시오.”

그날부터 산업재해 장애인 관련 현장 연구를 시작했다. 중도장애인이 겪는 애환과 상실감, 소외로부터 오는 우울증, 심지어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산재장애인의 심리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애수당이나 연금을 받아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가 아닌 경우라도 직업재활의 소중함을 산재장애인과 만나 연구하면서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2002년 산재노동자협회 단체 조직 결성과 함께 외국의 산재보험 제도, 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전국순회 특강을 시작했다. 충북지역 특강을 하는데 한 휠체어 장애인이 강의 후 만나길 원했다.

“교수님, 저는 장애등급 1급 박종균입니다.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는 산업체 근무 특례보충역으로 막장에서 현장감독을 하던 중 지하 840m 갱도에서 붕괴 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고 했다.

“사고 후 2년간은 하반신 감각이 없었고 대소변도 받아냈습니다. 초기 재활 자립생활에 관한 가이드가 전혀 없어 엄청 힘들었습니다.”

그는 산재장애인 당사자로서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에 헌신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박 선생이 장애인이 된 것에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있음을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우리 같이 기도하면서 미래를 설계해 봅시다.”

그를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 장애인복지 전공에 입학시키려 했으나 학사 학위가 없었다. 그는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마친 뒤 2008년에 입학했다. 그의 지도교수가 된 나는 그의 뜨거운 향학열, 장애극복 의지에 찬사와 격려를 보내며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논문을 지도할 때마다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마쳤다. 크리스천이 아니면서도 기도를 잘 따라하는 그가 고마웠다. 그는 산재장애인의 사회복귀 방안을 석사학위 논문으로 준비하면서 전국에 있는 산재장애인 200여명을 직접 대면해 사회복귀 요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했다. 이 자료는 지금도 산재장애인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시 재활학 박사과정 입학을 제안했고 또 인간재활학과 강의 기회도 부여했다. 산재장애인 당사자로 특강 강사가 된 그가 내겐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졸업논문 최종 심사를 하루 앞둔 날, 박종균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논문 마무리로 2박3일 동안 뜬눈으로 지새우다 욕창과 허리통증으로 눕지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을 잡고 추켜올리는 순간 유혈이 낭자한 방석과 감각이 전혀 없는 하반신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실컷 울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 박종균 선생의 육체적 고통이 너무나 심합니다. 치유의 손길로 안수하여 주소서. 논문 잘 마무리되게 힘주시고 축복하소서.”

‘척수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위한 한국형 전환 재활 시스템 모델 개발’이란 주제로 쓴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돼 2014년 2월 11일 척추장애인 최초로 재활학 박사가 탄생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지금 박종균 박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 되어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이자 장애인 인식개선 스타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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