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리즈 Ⅱ] 韓 ‘아빠 양육’ 확대 위해 獨처럼 시스템 갖춰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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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 분야에서 독일은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처럼 뚜렷한 모범 사례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독일의 출산율은 1.41명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1.19명보다 높지만 프랑스(1.98명) 영국(1.83명) 스웨덴(1.89명) 노르웨이(1.78명) 등에 비해 한참 낮다.

이유는 독일도 우리처럼 출산율 급락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독일은 1971년부터 출산율이 1명대로 떨어졌고, 1973년부터는 1.6명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한동안 별다른 출산 장려 정책을 펴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1984년부터 출산율이 1명대가 됐지만 오히려 산아제한 정책을 강화했다.

독일의 정책은 2050년이 되면 인구가 부족해 내수시장이 위축되리란 경고가 나온 2000년대 중반부터 달라졌다. 독일은 2007년 출산 후 휴직을 하면 소득의 67%까지 지급하는 ‘부모수당’을 도입했다. 핀란드 모델을 참고한 것이었다. 3세 미만 아동보육시설도 확대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말한다.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앞서간 ‘출산 선진국’보다 우리처럼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독일의 제도와 효과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빠 양육’ 강력히 유도하는 독일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가 2010년 작성한 ‘독일의 저출산 문제 등장 배경과 정책적 대응 양상’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여성의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족정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가족정책을 새로 짰다.

독일이 성찰로 얻은 결론은 과거의 가족정책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여성, 돈을 버는 일(취업)은 남성이 한다’는 역할 구분을 강화시켰다는 것이었다. 1950년대 이후 독일의 가족정책은 아동 양육수당을 가정에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2007년 도입된 ‘부모수당제도’에는 남녀의 역할 구분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부모 중 누구라도 자녀를 낳은 뒤 휴직할 경우 월 소득의 67% 혹은 월 1800유로(약 220만원)를 지급했다. 부모 모두 일하지 않을 경우엔 종전처럼 아동양육수당 월 300유로를 지급했다.

부모수당은 아빠든 엄마든 개별적으로는 12개월까지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둘이 번갈아 휴직할 경우는 최대 14개월까지 혜택이 가능하다. 수당을 최대한 받으려면 아빠가 최소 2개월은 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라는 뜻이다.

새로운 정책은 자연스럽게 남성의 육아휴직 및 아동양육 참여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아이를 낳은 가정의 아빠 가운데 32%가 육아휴직을 했다. 2006년에는 불과 3.5%만 육아휴직을 했었다. 이 숫자는 2011년 27.3%, 2012년 29.6% 등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독일 연방인구연구소 연구진은 2013년 8월 부산 세계인구총회에서 “부모수당제도 도입 이후 전체 출산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통계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못하는 한국

우리 정부도 남성의 양육 참여가 저출산 문제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시안에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이 들어 있다.

정부 방침은 ‘독일처럼’ 남성 육아휴직에 주는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엄마에 이어 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경우 한 달 치(첫 달)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150만원 상한)를 주는 제도가 지난해 10월 도입됐다. 이 급여가 내년부터는 석 달 치로 확대된다.

하지만 인센티브 확대로 아빠의 육아휴직이 대거 늘어날 거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3개월이 지나면 소득은 다시 통상임금의 40%(100만원 상한)로 떨어져 ‘돈의 효과’는 약발을 다하게 된다. 무엇보다 독일처럼 유연한 근무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 인센티브만 늘린다고 아빠들이 육아휴직에 나설지 의심스럽다.

독일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저출산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 결여돼 있다. 제3차 기본계획은 남성 육아휴직뿐 아니라 신혼부부 주택 지원, 미혼남녀 만남 기회 제공, 결혼·출산 관련 세제 개선 등 각 부처별로 총망라돼 있다. 정부 자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어떤 지원이든 ‘찔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재훈 교수는 “독일의 정책은 출산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는 성격을 갖는 반면 우리는 ‘너희가 출산을 결정하면 그때 우리가 도와줄게’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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