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국인에묻다] 신뢰 사라진 사회…  76.8% “돈이 가장 큰 힘이다” 기사의 사진
위기에 빠져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남을 배려하는 교육은 실종됐다. 성공적인 삶의 척도는 ‘돈’이 전부나 다름없으며 타인에 대한 신뢰는 밑바닥부터 깨져가고 있다. 국민일보 창간 27주년 여론조사에서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메마른 세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회의 중추인 30대는 이런 각박한 현실을 가장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에 대한 불신은 사회적 신뢰를 뒤흔든다.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은 처참했다. ‘낯선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8.2%에 불과했다. 80.9%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모르겠다’는 응답도 10.9%를 기록했다. 자신이 어려울 때 주변에 도와줄 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4명도 되지 않았다(34.8%). ‘아니다’는 사람이 39.7%로 더 많았다. ‘한국인은 자녀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친다’는 항목에는 50.9%만 ‘그렇다’고 답했다. 남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란 얘기다.

사회적 자본이 신뢰를 잃으니 사람들은 ‘돈’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힘은 돈이다’는 항목에 76.8%가 ‘그렇다’고 답했다. 17.1%만이 ‘아니다’고 했고, 6.1%는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소득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본인의 소득수준이 ‘상 또는 상중’이라고 답한 사람 가운데 ‘그렇다’고 밝힌 비율은 56.6%에 그쳤다. 반면 소득수준 ‘중’의 경우 70.6%, ‘중하·하’의 82.9%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제 양극화에 따른 인식차일 개연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30대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의 중추적 일꾼이자 처음 자신의 가정을 꾸린 ‘신입’ 부부다. 혹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예비신랑이거나 취업난에 애를 먹는 취업준비생이기도 하다. 사회 최전선에서 메마른 세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비관적인 자세를 취했다.

연령별 응답을 보면 30대는 ‘낯선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는 항목에 2.5%만 ‘그렇다’고 답했다. 60·70대(14.5%), 19∼29세(9.7%), 50대(7.1%), 40대(6.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회의 가장 큰 힘은 돈이다’는 항목에도 30대는 8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40대가 82.9%를 기록했고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60∼70% 수준이었다.

청년·여성 취업난과 높아진 사회 진출 문턱 등에 따라 무직자들 역시 비관이 강했다.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많다고 답한 사람은 19.8%에 불과했다. 부정적 응답률 2위인 ‘블루칼라층’(29.0%)에 비해서도 10% 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배금주의 경향 역시 무직자들은 84.3%로 가장 높았다.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는 ‘화이트칼라’가 5.1%로 가장 낮았고 무직(6.8%), 자영업(7.0%) 등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지앤컴퍼니에 의뢰해 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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