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바람직한 전문가의 모습이란 기사의 사진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로에게는 파에톤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자기가 아폴로의 아들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파에톤은 태양마차를 몰아볼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아폴로는 아들을 설득했으나 아들의 집요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태양마차를 모는 일은 파에톤이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무서운 괴물들이 출몰하고 사나운 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나머지 태양마차는 궤도를 벗어나 신들과 인간이 사는 곳에 가까이 접근했다. 온 세상에 불이 붙는 아찔한 상황이 야기되었고, 결국 제우스신이 벼락으로 때려서 그를 죽이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되었던 것이다.

이 신화가 주는 교훈은 우선 전문가의 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험난한 여건 가운데 정해진 궤도로 태양마차를 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서 아폴로와 같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가만이 잘 수행할 수 있는 일이었다. 파에톤과 같은 비전문가가 준비 없이 일을 맡은 결과 온 세상에 피해를 주고 본인도 파멸했던 것이다.

문화와 예술, 과학기술, 사회제도 등 모든 영역에서 인류의 발전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인류의 수많은 유산은 물론 우리 주변의 세세한 영역에서도 전문가들의 손길이 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혁혁한 성취만큼이나 전문가들에게 드리우는 그늘이 깊고 어두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엄청난 어려움과 피해를 끼친 사례들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전문가들의 그릇된 판단이나 도덕적 결함이 결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격적인 IMF 경제위기, 방산비리나 원전비리 등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부실한 대응, 세월호 비극 등 수많은 불행한 사건들의 근원에는 맡겨진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데 실패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고 분화돼가는 만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그들이 실패할 때 발생하는 손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전문 분야의 일들은 일반인이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갖기 어렵고, 전문가들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아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주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태양마차의 운전을 넘긴 아폴로의 예에서 우리는 책임감과 도덕성이 결여된 전문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비록 전문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일일지라도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 전체 시각에서 점검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넓게 볼 수 있는 소양을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자기의 분야를 우선시한 나머지 타 분야를 고려하는 것에 인색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입장을 고려함으로써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과 연구활동을 통해 전문인을 양성하고 그 전문성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전문인, 그리고 다른 분야에 대한 통섭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전문인을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도덕성을 제대로 갖춘 전문가들이 성실하게 자기 임무에 매진할 때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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