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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실적은 별론데… 재벌 3, 4세들 속속 전진배치

올해 자리변화…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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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 3, 4세 후계자들은 지난 1년간 지분을 확대했고, 주요 보직을 맡으며 업무 영역을 확대했다. 연말에는 고속 승진도 이어갔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그룹을 이어받기 위한 준비된 코스를 밟아온 셈이다. 승계 준비를 서둘러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확립하고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책임경영’을 시도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그들만의 예정된 승진과 지분 확대’가 사회적 박탈감을 가중시킨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역할 확대=병석에 누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자신의 색채를 뚜렷이 했다. 사실상 삼성그룹을 개편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삼성테크윈 등을 한화에 매각했고, 최근에는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지난 9월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통합해 그룹 지배구조를 바꿨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이뤄진 그룹 인사에서 CEO급은 일부 세대교체를, 임원급은 승진 최소화 등 조직 슬림화를 특징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정의선(45)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올 초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주식 510만7145주(지분율 2.28%)를 사들였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현대차 지분을 확보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을 진두지휘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 K시리즈를 성공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정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다.

◇빨라진 승진=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36) GS건설 전무는 최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33) 전무는 올해 현대중공업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상무 진급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한화그룹 김동관(32) 한화큐셀 영업실장도 지난 6일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한화큐셀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공을 세웠다는 이유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43) 신세계백화점 총괄 부사장도 연말 인사에서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6년 만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40)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항공 정보기술 솔루션 회사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를 맡았다. 입사 13년 만에 첫 계열사 대표 자리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은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지분 확대 등 내실 다지기=구본무 회장의 양자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LG 상무는 올해 지주회사인 ㈜LG 시너지팀에서 근무했다. 재계 관계자는 7일 “각 계열사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계열사 간 역할 분담 등을 전반적으로 배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구 상무는 지난 5월 친·인척이 내놓은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구 상무는 현재 지주회사인 ㈜LG의 지분을 6% 정도 보유하고 있으며, LG상사가 인수한 물류기업 범한판토스의 지분도 7%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은 지난달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CSO) 전무를 겸직했다. 내년 5월 면세점 개점을 앞두고 온·오프 면세점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하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외아들 구동휘(33) LS산전 부장도 올 초 구 회장이 장내 매도한 LS 주식 25만주를 사들이는 등 그룹 지분을 늘렸다.

◇상반된 평가=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권오인 부장은 “재벌가 3, 4세들이 꼬박꼬박 승진하고 있다”며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자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세습과정에서 3, 4세들의 경영참여 과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결국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이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최예슬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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