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야당, 시련인가 몰락인가 기사의 사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철수 의원 사이에 꼬인 매듭이 점점 옭매이고 있다. 서로 번갈아가며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이라는 똑같은 말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그 방향은 산으로 가는 길과 바다로 가는 길처럼 서로 딴판이다.

문·안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독기를 품은 듯하다. 안 의원은 대통령선거 후보 사퇴와 민주당과의 합당 등 몇 차례의 우회노선을 선택한 바 있다. 그런 과정에서 얻은 ‘철수(撤收)정치’라는 비아냥거림이 그의 참신성을 가려버린 측면이 다분하다. ‘혁신안’과 ‘전당대회’라는 카드는 일차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온 문재인 강공 카드처럼 보인다.

문 대표는 또 어떤가.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는 안 의원의 정치력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의 혁신안에 대해 뒤늦게 문·박·안 임시지도부 제안으로 빗나가는가 하면, 안 의원의 전당대회 제안에 대해서는 버스가 지나간 다음 혁신안을 받겠다는 엇갈린 행보로 응수한다. 그러다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시절의 당명을 바꾸겠다고 동문서답을 한다.

두 사람은 과거 단일화에 실패했던 YS와 DJ처럼 자신들이 정치적 대가인 줄로 착각하는 듯하다. 과연 그런가. 지금은 여권에서 교과서 국정화 추진, 인사 독식, 종북몰이 등 온갖 비민주적 나팔소리를 높이고 있고, 세계적인 권위지 뉴욕타임스가 사설로 이를 비판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라면 소리만 한 번 제대로 질러도 우후죽순처럼 지지율이 올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당이 아무리 일방통행과 독선을 거듭하더라도 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야당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와 기대감은 최저 수준이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정치적 야성이 강한 곳인데 뿌리 깊은 민주당의 집권 불가능성을 얘기하느냐는 반론도 물론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야도(野都) 서울은 오래전에 야당에 등을 돌렸고, 여러 대선 후보가 시민들의 압력을 받아 어렵사리 단일화를 이루고 시민운동권 인사들이 젖 먹던 힘을 다 짜내도 정권교체가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이럴진대 문·안 두 사람은 지금 자신들에게 지지자들이 너무 많아 상당수가 등을 돌려도 여전히 표가 넘쳐난다고 과거의 양김처럼 자신하는 것일까.

어려울 때일수록 돌아봐야 한다. 누가 뭐래도 문재인의 ‘지도력 부족’과 안철수의 ‘철수정치’는 미덕이다. 두 사람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에 여러 차례의 인터뷰와 글을 통해 자신은 정치를 잘할 사람이 아니라는 겸사(謙辭)를 입버릇처럼 내세웠던 사람들이다. 이런 미덕은 어려울 때 발휘돼야 한다. 두 사람의 그런 자질이 여의도정치에 물들어버리면 더 이상의 신선한 정치력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노영민 의원처럼 반듯해 보였던 사람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놓고 자신의 시집을 파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국회의원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이다.

지금은 야당이 시련을 겪는 과정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회복 불가능한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는 아직 어렵다. 그러나 후자의 징후는 너무도 다양하다. 초저출산율과 급격히 증가하는 보수층 노인인구, 절묘하게 성공한 여당의 종북몰이, 여기에 결정적일 때마다 여당에 대량 득점을 올려주는 북한의 행태까지…. 민주당을 뿌리로 한 야당은 ‘정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여러 부문의 수치와 현상들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여당은 일본 자민당처럼 사실상 1당 체제로 굳어져가고, 야당은 영국의 자유당처럼 존재감 없이 사라져가는 것은 아닐까.

임순만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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