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상시적 구조조정의 정상화 기사의 사진
갑작스레 불거진 좀비기업 구조조정 문제로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가계부채가 1166조원을 넘어선 후에도 계속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소식에 불안했는데, 9월 말 기준 기업부채가 2000조원이라니 과연 한국경제가 이런 부채 부담을 버텨낼 수 있을지 국민들 걱정이 크다. 실제로 기업부채는 규모 자체보다 오히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문제다. 최근 대우조선 사태 등에서 드러났듯이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좀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9년 9.3%였던 대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작년 14.8%로 상승해 중소기업의 15.3%에 근접하고 있다.

좀비기업 문제가 악화된 배경에는 그간 수출부진과 내수침체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부진한 성과가 주요 원인으로 깔려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 관련 요인들의 영향도 간과하기 어렵다. 첫째는 그간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이다. 한국은행의 낮은 기준금리를 배경으로 추진된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책, 창조경제 추진을 위한 기술금융과 벤처·창업 등 기업지원정책,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금융보신주의 타파 등이 금융권에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는 신호를 전달하면서 좀비기업 생명 연장에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국가 기간산업 대출을 책임지는 정책금융기관 정책의 실패다. 우선 민영화 길을 가던 산업은행을 돌려세워 다시 정책금융 업무를 맡긴 것은 정책 방향의 혼선과 조직의 사기 저하를 초래했다.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지속되면서 조직 이기주의가 자랐고 낙하산 인사 방패 뒤에서 의사결정의 비효율이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로부터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올바른 구조조정을 기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셋째는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의 부재다. 한국경제가 과거의 모방경제를 벗어나 소위 창조경제로 전환 및 발전하려면 구조조정 특히 기업들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상시적 구조조정이 어렵다.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지시 없이 개별은행이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렵고 현장정보 반영과 적시추진 등이 어려운 것이다. 또한 모아서 시작하다 보니 쏠림현상이 발생하여 불필요한 시장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지금이 1997년 외환위기 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상 위기라면 물론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옳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구조조정은 금융의 전문성을 지닌 은행과 자본시장의 민간 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올바른 방안이다. 감독 당국이 은행이나 민간회사들보다 대상 기업과 산업에 대해 우월한 정보를 지니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경남기업에서처럼 정치적 영향력에 휩쓸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과 자본시장의 민간 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이 시장정보를 토대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은행과 기업 간 관계금융 활성화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구조조정 효율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이 구조조정 권한을 갖게 되면 기업에 대한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고 기업정보 습득 또한 용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국내 은행들이 잃어버린 기업금융을 활성화하여 금융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또 한번 한시적 연장을 계기로 상시적 기업 구조조정 정상화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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