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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정당국고보조금 제도 손보자

“30여년간 1조1000여억원… 생산성 제로인 정치권에 무조건 지급하는 건 부적절”

[김진홍 칼럼] 정당국고보조금 제도 손보자 기사의 사진
‘이런 국회, 정말 필요한 걸까?’ 이따금 드는 생각이지만 요즘은 더하다. 내년 5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19대 국회의 실망스러운 구태 때문이다. 2012년 첫해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느라 정신없이 지나갔고, 2013년은 대선 불복 논란으로 소일했고, 2014년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지새웠고, 2015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여서 정치권이 모처럼 국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건만 무책임과 당리당략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고 임시국회가 소집됐으나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야당의 지리멸렬로 쟁점 법안들의 처리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민생은 오갈 데 없는데도 입만 열면 ‘국민’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회의원 한 명에게 연간 들어가는 비용은 6억원 가까이 된다. 1억4000여만원의 연봉과 보좌진 인건비 3억7000여만원, 사무실 운영비 등 지원경비 9000여만원 등. 의원 300명에게 연간 1800억원의 세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성은 제로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국력을 쇠퇴시키고, 국익마저 해치고 있다. 봉사하고, 희생하는 자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으로부터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한 국민들 입장에선 과연 의원들에게 매년 1800억원이나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비보다 정당 국고보조금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는 전두환정부 때인 1980년 불법 정치자금 축소와 정당 육성을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자금을 건네면서 야당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탄생했다.

보조금은 국회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 등에 따라 국가가 각 정당에 차등 지급하는데, 지금까지 누적 액수가 무려 1조1000여억원이나 된다. 19대 국회 4년 동안에는 2000억원이 훌쩍 넘는 나랏돈이 정당들에 주어졌다. 용도는 정책개발비와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홍보비 등이다. 하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밝힌 적이 없고, 외부 감사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적도 없다. ‘성역’이다. 그래서 당권을 잡은 쪽에서 전용하거나 편법 운용하면서 세를 확장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당권파의 쌈짓돈 정도로 전락한 것이다. 정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때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대표직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충돌이 빚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막대한 보조금 때문이다. 당권을 잡으면 보조금만으로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걸핏하면 내홍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정당 국고보조금의 부작용은 크다. 망국적인 계파정치를 고착화시키는 건 물론이고,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데 보조금을 펑펑 써가며 국론 분열마저 조장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 정서에 배치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제쳐둔 채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 정당에 무조건 나랏돈을 줘야 한다는 데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감사도 받지 않는 거액의 돈을 나라에서 꼬박꼬박 받다보니 정당의 자생력도 약해지고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전면적으로 폐지하거나 정당의 충격을 다소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 정기적으로 강도 높은 감사라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법을 바꿔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를 용납할까.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권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를 위한 범국민운동이라도 벌여 내년 총선 때 정당들이 공약으로 내세우도록 압박하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정치 혁신’을 강조할 ‘안철수 신당’은 앞으로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를 공약할 수 있을까.

김진홍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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