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털뉴스제휴평가委 준비위원장 지낸 심재철 교수 “디지털 언론 환경에 대한 자정노력은 최초” 기사의 사진
심재철 고려대 언론대학원장이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심 원장은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자체 심의를 통해 제 역할을 해낸다면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디지털 언론 환경은 한마디로 혼탁하다. 내용과 전혀 상관없지만 관심을 끄는 제목의 뉴스,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 보도, 공공의 이익이나 알권리 차원에서 전혀 의미 없이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내용의 기사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이런 기사가 끊임없이 유통되는 것은 언론사 탓일까, 포털 사이트의 잘못일까.

어뷰징(동일한 기사를 반복 전송해 클릭 수를 늘리는 것), 낚시성 제목, 기사 베껴 쓰기 등으로 혼탁해진 디지털 언론 환경의 문제점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안팎의 비판을 받아온 대형 포털과 언론이 최근 자정 노력에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원으로 언론 유관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르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게 된다.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참여했던 심재철 고려대 언론대학원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지난 10월까지 언론학회장을 지낸 심 원장은 준비위원장으로 지난 7월부터 약 2개월 동안 활동했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 언론 환경이 어떤 상태인가요.

“뉴스를 보는 인구의 80% 이상이 포털 사이트에 걸린 뉴스를 봅니다.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보는 게 아니라 인터넷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을 읽는 거죠. 언론들은 클릭 수나 검색어에 연연하게 됐어요. 디지털 언론 생태계가 혼탁해졌고,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게 된 상황입니다.”

대형 포털업체가 기사 심의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체 규정에 따라 포털에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언론사를 선정하고, 함량 미달의 업체는 제외해 왔다. 그래도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아예 민간 영역에 심의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단체가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10월 구성된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는 8개 단체가 추가로 동참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신문윤리위원회, 한국YWCA연합회, 언론인권센터,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이 포함된 15개 단체에서 2명씩 참여했다.

위원회의 자정 노력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의 외압과 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신규 언론사의 진입 장벽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 원장은 “심의 주체가 민간 영역이다.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언론 환경에 대한 자정 노력은 세계 최초일 겁니다. 위원회가 여당 추천 위원, 야당 추천 위원 이런 식이었으면 정치적 이슈에 대해 논란이 생길 수 있겠죠. 민간 영역이 심의 주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입김이 개입될 개연성은 오히려 적다고 봅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으니 일단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어요.”

디지털 언론에 양질의 기사가 더 많이 나오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그는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보는 행태가 ‘사회 중요한 이슈에 대한 지식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을 펼쳐서 한 장씩 넘기면서 보다보면 어떤 게 중요한 이슈인지 알 수 있어요. 중요한 이슈를 전면에 배치하니까. 인터넷 플랫폼은 클릭 수를 무시할 수 없다보니 소프트한 뉴스 위주로 걸립니다. 딱딱한 뉴스는 뒤로 미뤄지죠. 이게 계속되다보면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지식 격차, 정치적인 지식에 대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것 같아요.”

소프트 뉴스 위주로 보는 20, 30대는 점점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치 참여에 더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포털업체는 딱딱하지만 중요한 뉴스를 전면에 배치해야 하고, 언론은 풍부하고 분석적인 콘텐츠가 담긴 기사를 생산해 내야 한다는 게 심 원장의 해법이다.

“디지털 언론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힘이 될 것이고, 그래야 합니다. 디지털 뉴스는 대부분 짧아요. 사회적 중요성, 경제적 의미, 정치적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연결시켜 분석한 기사는 짧게 쓸 수 없어요. 롱 저널리즘(Long Journalism)을 구현해야 합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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