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다황디村의 꿈 기사의 사진
중국 동북 3성 가운데 한 곳인 지린성. 수도 창춘, 그리고 중국에서 성과 도시 이름이 같은 유일한 곳이라는 지린시 사이에 다황디(大荒地)촌이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지린시에 속해 있고 시내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져 있다. ‘큰 황무지 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거 이곳은 척박한 땅이었을 것이다. 이름에서 나온 선입견이 깨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근 지린성의 초청으로 둘러본 다황디촌에는 우리 김제평야를 연상시키는 끝이 보이지 않는 논이 펼쳐져 있었다. 겨울, 추수가 끝난 뒤였지만 누런 황금 들녘이 상상 속 눈앞으로 들어 왔다. 이곳 ‘농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 농민들이다. 자기 농지의 경영권을 기업에 넘겼고, 그 대가로 매년 ㏊당 1만3000위안(약 234만원)을 받는다. 매년 초 한꺼번에 돈을 받을 수 있어 예금까지 해놓는다면 이자는 덤이다. 그 기업에 취직해서 월 4300위안(약 77만원)가량의 월급을 받기도 한다. 다황디촌 농민들의 1인당 소득은 연 2만6000위안(약 470만원)이다. 지난해 중국 전체 농촌 평균수입 9800위안의 2.5배가 넘는다.

농민들이 순순히 농지 경영권을 넘긴 기업은 바로 다황디촌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둥푸미예(東福米業)다. ‘다황디’라는 브랜드로 500g에 100위안(약 1만8000원)이 넘는 고가의 유기농 쌀부터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5억7000만 위안(약 10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2000년 설립된 둥푸미예는 2011년 마을 주민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땅을 넘겨라. 그러면 평소 소득 이상을 보장하겠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농민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생산소조’ 9곳 중 단 2곳만 참여했다. 나머지 7곳은 토지를 잃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다황디촌 960여 가구의 모든 농민이 참여하고 있다. 반듯반듯 대규모 농지를 정리했고 농민들은 새 아파트도 지어 입주했다. 농사는 동푸미예 직원들이 짓는다. 직원 1050명 중 80% 이상은 이 지역 출신 농민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연구와 관리 인력이다.

이전보다 농민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규모화, 현대화 등으로 설명된다. 둥푸미예가 관리하는 5000㏊의 경작지와 목축지 곳곳에는 CCTV와 각종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모든 것이 중앙통제센터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각 지점의 현재 온도와 습도, 과거의 기록이 그래프와 함께 모니터에 뜬다. 인공강우 시설도 있다. 지난여름 3번이나 인공강우로 부족한 강수량을 보충했다고 한다. 둥푸미예는 벼농사와 쌀 가공을 기본으로 과수 농업, 목축 등에 이어 온천 사업 등 농촌관광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어느덧 자회사만 12개를 거느린 ‘집단(그룹)’으로 성장했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그만큼 농촌 일자리도 늘어났다. 다황디촌 출신인 둥푸미예 류옌둥 회장은 “중국 지도자들은 2020년까지 전면 소강사회가 목표라고 했지만 다황디촌은 2년만 지나면 전면 소강사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중국은 고도 성장기를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양한 처방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도시화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신형 도시화는 현대화의 필수적인 길이며 경제 발전의 동력”이라고 정의했다. 도시화의 핵심은 중국 14억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농민을 시민으로 전환시켜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첫 단추는 논과 밭에서 농민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다황디촌에서 가능성을 봤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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