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남 무안서 소비자까지 유통과정 따라가보니] 폭등 ‘양파로드’… 농심은 無心 기사의 사진
농민들이 16일 전남 무안의 한 창고에 저장돼 있던 양파를 손질하고 있다. 4∼6월 수확하는 양파는 창고에 저장했다가 시장 수요에 맞춰 연중 출하된다.
요즘 양파가 얼마나 ‘귀한 몸’인지 중국집에 가보면 안다. 단무지와 함께 수북이 내놓던 생양파 접시는 바닥이 보일 만큼 양파조각의 개수가 줄었다. “좀 더 달라”고 하려면 꽤 용기가 필요하다. 양파의 단맛으로 양념장을 만드는 고깃집들은 치솟은 원가에 울상이다.

한국인의 양파 사랑은 유별나다. 1인당 연간 양파 소비량은 28.6㎏으로 쌀 소비량(65.1㎏)의 절반에 육박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세계 7위 양파 생산국이기도 하다. 이런 나라에서 양파값이 갑자기 금값이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 6월 ㎏당 800원대였던 양파 도매가격은 이달 중순 1631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양파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양파값은 해마다 널을 뛴다. 지난해는 양파가 남아돌아 문제였다. 2013년 ㎏당 평균 1300원대였다가 지난해 500원대로 폭삭 주저앉더니 지금은 1600원대이고, 1월에는 더 오를 거라는 전망도 있다.

해마다 양파값이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금값이 되면 농민 주머니는 두둑해지는 걸까.

즐겁지 않은 농민들

전남 무안은 전국 양파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제1의 주산지다. 고공행진 중인 양파값에 비해 무안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한 해 좋은 값을 받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무안에서 만난 양파 유통업자 A씨는 “올해 값이 올라 겨우 본전을 찾았을 뿐”이라며 “지난해 워낙 바닥을 쳐서 이 지역에서만 수십억원 손해를 봤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괜찮은 분위기”라고 했다.

양파는 10월에 심어 이듬해 4∼6월에 수확한다. 저장온도 0∼1도 사이에 맞춰 창고에 보관한 뒤 시장 수요에 맞춰 연중 출하한다. 이 때문에 농민이 직접 보관·판매하는 일은 거의 없다. 수확기에 유통업자에게 선판매하거나 농협의 수탁을 받아 계약재배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값이 껑충 뛰었는데도 농민들은 별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무안농협 관계자는 “양파 농민의 약 80%는 6월에 이미 유통업자나 농협과 계약을 마치고 정산을 끝냈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 따른 손해나 이익은 유통업자 몫”이라고 설명했다.

“양파 농사 절반은 하늘이 지어준다”

일부에선 저장하기 쉬운 양파를 일부 유통업자가 사재기해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의혹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양파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날씨였다. 한참 성장해야 할 봄에 비가 적게 오는 바람에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양파는 구성 성분 중 물이 90.4%로 충분한 수분 공급이 성장에 필수적이다. 농민 양모(71)씨는 “양파 농사의 절반은 하늘에서 지어준다”고 했다.

정부는 올 봄과 여름의 날씨 추이를 보면서 가을부터 양파 수입을 서둘렀다. 10월에 발주한 수입산 양파는 중국에서 속속 들어오고 있다. 농민 김모(63·여)씨는 “지금이야 양파 가격을 잡는다고 수입산을 마구 받아들이지만 내년 수확 시기와 맞물려 또 다른 경쟁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산지에서 생각하는 가격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김배영 무안군 농협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사실상 현재 판매 가격이 적정 가격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며 “가격만 무조건 낮추려 하기보다 농가가 어느 상황에서든지 유연하게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양파로드’

무안농협에 따르면 양파 20㎏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원가(인건비 제외)는 대략 8000원이다. 무안농협은 지난 6월 20㎏ 1망에 1만6500원을 주고 사들여 보관 중이다. 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들 손에 들어가는 돈이 이것이다.

시장에 나오기 직전에 썩은 것을 솎아내고 다시 포장하는 작업을 거친다. 저장하면서 약 15%는 썩는다. 20㎏ 1망을 기준으로 창고비는 1600원이고, 여기에 인건비와 운송비 등으로 약 3000원이 각각 추가된다.

무안에서 매일 15t 트럭 4대 분량의 저장양파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올라온다. 밤 10시쯤 도착해 오전 2∼3시 경매를 걸쳐 도매상에게 팔려나간다.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들어 수입산 양파 비중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44%에 이르렀다”고 했다. 수입산 양파는 ㎏당 1055원에 팔려나간다. 이 덕분에 20㎏에 3만3000원까지 뛰었던 국산 양파 도매가격은 지난주에 평균 2만7200원으로 안정세를 탔다.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치면서 양파는 상품성에 따라 3만3000∼3만5000원에 소비자에게 팔리고 있다. 소포장을 하면 더 비싸다.

양파값이 널을 뛸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다. 음식점에선 양념에 들어가는 양파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특히 중국음식점은 양파 대신 양배추를 쓰기도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민모(54)씨는 “15년간 국산 양파만 써왔는데 값이 워낙 들쭉날쭉해 중국산을 써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20일 “내년 국내 양파 생산량은 올해보다 8%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겨울과 봄의 기상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3월부터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안=글·사진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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