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저커버그 기부의 또 한 측면 기사의 사진
자신이 보유한 재산 450억 달러(52조원)의 99%를 기부할 계획이라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발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수성가한 거부들이 자신이 축적한 부를 상속하지 않고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어서 저커버그의 발표 자체는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저커버그의 발표에서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기부의 방법이 자선재단 설립이 아니라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첸-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을 가진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출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유한책임회사는 이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회사에 대한 출자를 기부로 포장해 생색을 낸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저커버그를 포함해 적지 않은 수의 거부들이 기부의 수단으로 회사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들이 돈을 벌고자 한다면 번거롭게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하는 회사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커버그가 재단이 아니라 회사를 세운 데는 세 가지 정도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자신이 지지하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지원자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가치 실현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칙적으로 공익재단이나 자선단체의 능력과 성실성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그들의 선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자가 의도한 바를 효율적으로 성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다수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대리인 문제라고 부른다.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심한 경우 기부 받은 자금의 20∼30%만이 사업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인건비와 운영경비로 사용되고 있는 예가 비일비재하다는 비판을 보더라도 그들이 대리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기부자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함으로써 대리인 문제로 인한 비효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게 회사를 설립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큰 성취를 이루고 막대한 부를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부자가 직접 사회적 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종전에 비해 훨씬 많은 수고가 요구되기는 하지만.

다음으로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회사를 사회적 가치 추구 수단으로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는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이익 추구를 위한 활동도 할 수 있으므로 본연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기부자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장기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기제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회사라는 비전통적 수단을 선택하게 된 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재단이나 자선단체는 자신들이 성취한 성과에 대해 외부 검증을 요구받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기업은 그렇지 않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되므로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데 그 결과 보다 효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근래 들어 복지 영역에서도 성과보상 등과 같은 시장 기제를 활용,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사회적 가치 창출에 회사를 활용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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