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청년취업 무능정부의 적반하장 기사의 사진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노동개혁’ 관련 5대 법개정안이 국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유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렇지만 ‘노동개혁 5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대통령이 국회를 비난하는 수사는 날로 더 격해졌다. “총선 치르는데 얼굴 들 수 있겠나.”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할 수 있겠냐.” 그렇지만 청년실업 해소는 누가 봐도 정부가 책임질 일이다. 정부가 제 할 일은 않고 남 탓만 하는 ‘적반하장’ 꼴이다.

박근혜정부는 특히 저출산과 청년실업에 무능하다. 9·15 노사정 합의문에도 청년고용이라는 과제의 절박성은 실천계획 없이 선언적으로만 반영돼 있다. 청년실업 대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고용률 70%라는 목표와 단기적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여러 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사업을 편다는 데 있다. 청년을 위해 쓰는 돈이 2조원이나 되지만 백화점식 정책들에 대한 평가가 안 되다보니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이 없다보니 비정규직만 늘리고, 나아가 높은 이직률과 구직 단념으로 이어져 일자리의 양적 확대조차 가로막는 지경이다. 정부가 성공 사례로 꼽는 취업성공 패키지나 중소기업 인턴십의 경우에도 이수한 청년들의 취업성공률은 70%가 넘지만,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20%도 안 된다.

실패가 명백하다면 중장기 대책, 또는 강력한 대책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노동시간의 강제적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청년고용 할당제의 민간 부문 확대, 공공 부문의 직접 고용 증대, 청년수당과 같은 실업부조 도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에는 십수조원을 퍼부어도 청년을 위해서는 푼돈도 추가로 부담할 용의가 없다. 사용자들에게 규제를 추가할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그래서 노사정위 공익위원들 사이에서는 “청년고용 문제는 무엇보다 범정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데 왜 고용노동부가, 노사정위가 총대를 메느냐”는 시각이 많다.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노동개혁 5법’이 통과되면 과연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까. 5법 가운데 야당과 노동계가 특히 반대하는 비정규직 관련 2개 법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근로 허용 대상 확대가 큰 쟁점이다. 노사정 합의문에는 추가 논의 과제, 즉 미합의 쟁점인 이들 과제가 법개정안에는 포함됐다. 합의 위반이다. 무엇보다 이들 사안이 관철됐을 때 그 효과와 부작용을 선험적으로, 즉 미리 알 수는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경우 4년에 걸친 단계적 적용,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특별연장근로의 허용 등으로 실효성을 거의 잃었다. 5인 미만 사업장, 농업 등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제외 제도 개선 방안 마련 과제도 2016년 이후 추진 과제로 미뤄졌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경우 실업급여 지급 수준과 지급 기간을 소폭 늘렸다고는 하지만 지급 요건을 강화했다. 즉 지금은 18개월간 6개월 이상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24개월간 9개월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청년과 비정규직이 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야당세가 더 강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부·여당의 전략부재 등 정황을 볼 때 여당은 물론 박 대통령도 ‘5법’을 관철시킬 의지가 말처럼 강력하게 보이지 않는다. ‘개혁’ 대 ‘반개혁’ 세력이라는 수사를 앞세워 총선에서 반사이익을 보려는 얕은 수다. 무능한 데다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국회의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단임제 대통령마저 당리당략과 정쟁에 몰두한다면 그것은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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