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에 대한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02년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여파로 금지된 정당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다만 정치자금법 개정시한을 2017년 6월 30일로 정해 20대 총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헌재는 정당을 후원회 지정권자에서 제외한 정치자금법 제6조와 형사처벌 규정인 제45조 제1항을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2006년 3월 정치자금 후원대상을 국회의원과 당내 경선 후보자 등으로 제한하며 정당후원 제도를 폐지했다.

헌재는 정당후원 폐지로 국고보조금에 대한 정당의 재정 의존도가 높아져 정당 간 자유로운 경쟁이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또 개인이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후원 폐지로 국민 개인의 정치적 견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정당 역시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이다.

헌재는 “과도한 국가보조는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정당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위험부담을 국가가 상쇄하는 것”이라며 “정당의 정치자금 모금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로 정당 활동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정당후원 폐지를 불러온 정경유착 역시 일부 재벌기업과 부패한 정치세력에 국한된 문제라고 봤다. 헌재는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 등은 지지 정당을 후원할 방법이 없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다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정경유착의 폐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부 내역을 완전히 상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수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정당 후원이 부활할 경우 거대정당이 이익을 보리라는 게 명약관화하다”며 헌법합치 의견을 냈다. 이번 헌법소원은 ‘후원당원’ 제도를 이용해 후원금을 받고 연말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했다가 기소된 이성화 전 진보신당 사무총장과 SK브로드밴드 노동조합원 등이 냈다.

헌재 결정이 나오자 정치권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불법 정치자금 형성에 악용돼선 안 된다”는 반응을 내놨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후원하는 것은 자유이자 권리라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정당이 이 결정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거나 고유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는 형태의 후원금 모금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법을 개정하더라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당시의 입법취지는 살려야 한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